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행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베트남에 입성해 열차서 내릴 때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실질적 지위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는 북한 최고위급 인사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살짝 밀치며 김 위원장 곁으로 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13분(한국시간)쯤 열차를 타고 베트남 북부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이후 약 170㎞ 떨어진 하노이로 이동했다. 차이나칼라가 달린 어두운 색 인민복을 입고 짧은 머리를 한 김 위원장은 만반의 준비를 갖춘 동당역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방탄 경호차에 탑승할 때까지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환영객들의 인사에 화답했다.
이후 베트남 인사 한 명 한 명과 살갑게 인사를 나눴다. 북측 인사들은 김 위원장 주변을 호위하면서도 그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베트남 인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거리를 유지했다.
앞서 북측 인사들 중 열차에서 가장 먼저 내린 인물은 김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었다. 그는 레드카펫 주변을 점검하고 열차가 정차할 위치를 살뜰히 살폈다. 이후 다시 열차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이후 김 위원장이 열차에서 하차했다. 뒤따라 김영철·리수용·김평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차례로 모습을 나타냈다. 서열순으로 섰던 간부들은 살짝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김 위원장 뒤를 따라 내렸다.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레드카펫을 밟는 동안 이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인물이 있었다. ‘백두혈통’ 김여정 부부장이었다. 그는 한발 앞서 내린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기 위해 자신보다 먼저 내린 김영철 부위원장 어깨를 살짝 밀쳤다.
김 부위원장은 밀치는 느낌을 받았는지 살짝 김여정 부부장 쪽을 쳐다보기는 했으나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하고는 개의치 않고 앞을 보며 걸었다. 김여정 부부장은 김 부위원장 쪽을 쳐다보지는 않았다.
이 같은 행동은 북한 내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실질적인 지위가 얼마나 높은지 가늠케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위원장은 김여정 부부장보다 직위상으로는 상급이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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