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땅 사재기 5대그룹, 땅값 10년간 3배 증가”

입력 2019-02-26 17:37 수정 2019-02-26 17:53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5대 재벌 토지자산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오세형 재벌개혁운동본부 간사,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권오인 재벌개혁본부 국장, 김헌동 부동산건설개혁운동 본부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공

5대 재벌로 불리는 현대차·삼성·SK·롯데·LG 등의 토지자산 총액이 지난 10년간 장부가액 기준으로 3배 가까이 올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년 동안 늘어난 땅값은 총 43조6000억원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6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장을 위한 혁신과 투자에 힘써야 할 재벌 기업들이 본연의 주력사업을 외면하고 땅 사재기와 부동산 투기에 몰두해 10년간 부동산 거품을 키웠다”며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경실련은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연도별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발표 자료 등을 분석해 이날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5대 그룹이 보유한 토지자산은 총 67조5000억원으로 2007년 23조9000억원에서 43조6000억원 증가해 2.8배가량 늘어났다.

<자료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2017년 말 기준 토지자산이 가장 많은 그룹은 24조7000억원의 현대차였다. 그 뒤를 삼성(16조1000억원), SK(10조2200억원), 롯데(10조1900억원), LG(6조3000억원)가 이었다.
10년 전인 2007년 토지자산이 가장 많았던 그룹은 7조7000억원의 삼성이었다.

10년간 땅값이 가장 많이 증가한 그룹도 현대차였다. 늘어난 액수는 19조4000억원이었고 증가배수는 4.7배였다. 삼성은 8조4000억원, SK는 7조1000억원, LG는 4조8000억원 증가했고 롯데는 4조원 늘었다.

<자료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5대 그룹 계열사별 토지자산을 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5위권 내 3곳이나 포함됐다. 현대자동차가 10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아자동차가 4조7000억원으로 세 번째로 많았다. 현대모비스도 3조5000억원으로 5위였다.
2위는 삼성전자(7조8000억원)였다.

경실련은 기업이 공개하는 땅값과 국세청에 등록된 땅값 간 격차가 큰 점에 주목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세청에 등록된 상위 10개 기업이 보유한 토지자산의 공시지가 총액은 385조원으로 2007년 102조원에 비해 3.8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공시한 토지자산 규모는 42조원으로 공시지가의 10%대에 불과했다.

경실련은 “기업이 공시한 재무제표상 장부가액과 공시지가 간 격차는 기업의 재무상태를 파악해야 하는 주주와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다”며 “투명경영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어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선 방법도 제시했다.
권오인 경실련 재벌개혁운동본부 국장은 “2007년의 경우 공시자료에 기업들이 계열사별 보유 토지 면적과 주소 등을 상세히 명시했지만 2011년쯤 회계기준이 바뀐 뒤 장부가액 수준만 공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대해서는 보유 부동산의 건별 주소, 면적, 장부가액, 공시지가를 사업보고서에 의무 공시하게끔 공정거래법 등을 개정해 시장에서 감시 기능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