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개성공단 재가동 여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2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보다 절박한 마음으로 이번 정상회담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두 번째로 마주하는 만큼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상회담 때보다 진일보한 결과를 내놓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신 회장은 “(입주 기업인들이) 지난 정상회담 때보다 기대감을 많이 낮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정상회담 당시 개성공단 재가동안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후 8개월간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4년 ‘신원’과 ‘리빙아트’ 등 18개사로 문을 연 개성공단은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남북 관계 경색과 함께 같은해 2월 폐쇄됐다. 당시 상주 기업 및 협력업체는 각각 123곳, 5000곳으로 공단 폐쇄로 인해 7861억원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폐쇄 이후 공단 재가동을 위한 노력은 계속됐지만 현재까지 현실화된 것은 없다. 입주 기업인들은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 신청서를 지난 정부와 현정부에 걸쳐 총 7차례 제출했지만 모두 유보됐다. 미국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한국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이번 정상회담이 굳게 닫친 개성공단의 문을 열 기회라고 보는 이유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기 및 검증 이상의 조치와 제재 완화에 합의할 경우 남북 간 협의를 통해 경제협력의 물꼬를 서서히 틀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할 경우 북한은 빠른 속도로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며 제재 완화를 시사하기도 했다.
경제협력에 대한 남과 북 두 정상의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 철도와 도로 연결부터 남북경협 사업까지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도 신년사를 통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전제조건 없이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조사대상 101개 기업 중 96%가 개성공단 재입주 의사를 희망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