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선 정상회담 축포 쏟아지는데…판 끼지 못해 초조한 日 아베

입력 2019-02-26 17:07 수정 2019-02-26 17:10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롯데뉴욕팔라스호텔에서 만났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받은 친서를 꺼내고 있다. (AP/뉴시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홀로 불안에 떠는 이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되다시피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상대적으로 존재감을 과시 중인 인접국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홍콩 언론 아시아타임스는 아베가 북·미 정상회담 와중에 곤란한 입장에 놓였다고 26일(현지시각) 분석했다.

아베는 최근 일본 내부에서 궁지에 몰려있다. 노벨상 후보로 트럼프를 추천한 게 사실상 ‘폭로’ 되어버려서다. 트럼프는 지난 15일 백악관 기자회견 중 북·미 정상회담 관련 질문을 받고 “(아베가) 세상 가장 아름다운 편지의 사본을 내게 보내왔다”면서 “소위 노벨상이라는 걸 주는 사람들에게 (아베가) 보낸 편지”라고 말했다. 이어 “아베가 ‘내가 일본을 대신해 정중하게 당신에게 노벨 평화상을 주라고 추천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트럼프 임기 초부터 대놓고 미국에 저자세를 취해온 아베가 거둔 실익이 여태 없다는 점이다. 트럼프 집권 뒤 미국은 일본에게 중요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 협정에서 발을 뺐고 일본이 대북 문제에서 가장 중히 여기는 납북자 이슈도 해결하지 않했다. 오히려 아베는 트럼프로부터 주일 미군 주둔에 들어가는 비용을 추가로 내라는 위협을 받았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자신의 북핵 협상 성과 덕에 일본이 미사일로부터 안전해졌다며 생색까지 냈다. 이 때문에 일본 여론은 아베가 트럼프를 비밀리에 노벨상 후보로 추천한 걸 두고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며 비난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역시 아베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아베는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납북자 이슈 등을 거론해달라고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에게 부탁했지만 정작 북·미 정상회담 성명에는 이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아베는 지난 20일 밤에도 트럼프와 전화 회담을 해 납북자 문제 해결을 부탁했지만 실제 북·미 정상회담에서 거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시아타임스는 “트럼프가 (북·미 대화국면에서) 아베에게 뼈다귀조차 던져주지 않고 있다”고 평하면서 “트럼프가 최소한 아베를 하노이에 초청할 수는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아베와 반대로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난 1차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회담에서도 ‘큰손’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5일 베트남으로 출국하기 전 열린 주지사 조찬에서 ”시 주석이 북한 문제에 큰 도움을 줬다. 정말로 감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이지만 가능한 중국의 모든 도움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트럼프는 앞서 24일에도 트위터에 “시 주석이 북·미 정상회담에 매우 큰 도움을 줬다”며 “중국은 이웃에 대규모 핵무기가 있는 걸 원하지 않기에 북핵 문제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