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한 것과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무단 점거’, ‘헌정사상 초유의 일’로 규정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2차 북·미 회담을 앞두고 이뤄진 한국당의 검찰 방문에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 60여명은 26일 대검찰청을 찾아 “검찰은 한국당이 고발한 모든 사건에 대해 쪼개기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며 “제대로 수사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대검찰청을 찾아왔다”고 밝혔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조국 수석이 최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를 맡은 검사가 통제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과연 무소불위 청와대 민정수석다운 오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과 손혜원 의원 사건 등 ‘권력형 게이트 사건’에 대한 조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즉각 법사위원들을 소집해 한국당을 규탄하고 나섰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자유한국당이 검찰총장실을 점거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며 “이는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검찰에 대한 겁박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많은 국민들이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검찰 수사에 난입하고 (총장실을) 무단점거한 것을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 수사에 대한 외압이자 북·미 정상회담에 쏠리는 이목을 돌리기 위한 행동임을 시사한 것이다.
한국당이 제기하는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국정철학 실현을 위해 부처 장관이 산하기관 인사와 업무 등 경영 전반을 위해 포괄적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면서 “블랙리스트는 한국당 상상 속에 있다. 자신들 과거 경험 때문에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이라고 역공하기도 했다.
간담회에서는 검찰의 수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공개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은 “검찰에서 실시간으로 수사내용이 나오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수사외압과 수사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지적이 나올 것이 분명해 침묵을 지켜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의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수사외압 행사를 이대로 용인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의원은 “검찰 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법사위원이나 대표를 뽑아서 전달하면 된다. 지금처럼 몰려가서 물리력으로 의견을 관철시킨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한국당의 단체 행동을 문제 삼았다. 또 “한국당 지지율이 20%대로 올라가니까 맘대로 해도 되나보다 하는 것”이라며 “비정상적 국정농단을 해온 사람들이 정상적 국정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 국민들이 바로 잡아주셔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청와대는 한국당이 문제 삼는 ‘조국 수석의 발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조국 수석은 이런 말을 전혀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가짜 뉴스에 기반한 주장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