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다가 소리없이 찾아오는 ‘담낭암’

입력 2019-02-26 14:13 수정 2019-02-26 14:33

스피드스케이팅 스타 이영하(63)씨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가 앓았던 담낭암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담낭암은 간에서 분비된 담즙을 보관하는 담낭(쓸개)에 생기는 모든 악성 종양을 말한다.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려운 병으로 알려져 있다. 담낭은 간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담낭암의 80%는 담낭 선암종이다. 지난해 발표된 중앙암등록자료에 따르면 2016년 신규 발생한 담낭·담도암은 6685건이었고 그 중 담낭암은 2554건으로 나타났다. 담도암은 담낭에 있던 쓸개즙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는 통로(담관)에 생기는 암이다.

담낭·담도암의 남녀 성비는 1.1 : 1로 남자에게 더 많이 발생했다. 남녀를 합쳐서 연령대별로 보면 70대가 36.3%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24.7%, 80대 이상 24.1%의 순이었다. 담낭·담도암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60~80대에서 발생한다.

담낭암은 일반적으로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서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있다고 해도 체중 감소나 복통, 피곤함, 식욕부진, 황달 등 다른 소화기계통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과 뚜렷한 구분이 어려워 일찍 발견하기 더 어렵다. 주변 장기로 전이도 잘 되고 예후도 좋지 않다.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주광로 교수는 26일 “구체적 증상이 나타난 후에 병원을 찾게 되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면서 “조기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복부 팽만감이나 소화장애 등 증상이 있다면 병원 진료를 통해 정확히 어느 부분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담낭암 진단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복부초음파 검사, CT, MRI 등의 영상학적 검사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정밀 초음파를 담낭에 인접해서 검사를 하는 내시경초음파검사(EUS)가 각광받고 있다.

담낭암은 암의 진행 정도, 크기와 위치, 병기,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이나 항암요법, 방사선치료를 한 가지 방법, 경우에 따라서는 여러 요법을 병행해서 실시한다.
암세포가 담낭의 점막 층에 국한된 초기 담낭암의 경우 복강경 담낭절제술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담낭암 환자의 절반 이상은 진단 시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수술을 하더라도 암이 침범한 범위에 따라 담낭은 물론 주변 장기와 조직까지 함께 잘라내기도 하며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