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66시간 ‘열차로드’…입국 순간, 1·2차 어떻게 달랐나

입력 2019-02-26 11:21 수정 2019-02-26 11:3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약 4000㎞의 철길을 달려 베트남에 입성했다. 이번 방문은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54년 만이다. 기찻길로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13분(한국시간)쯤 열차를 타고 베트남 북부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하노이까지는 약 170㎞ 떨어져있다. 김 위원장은 23일 오후 4시30분쯤 평양에서 출발했다. 당초 베이징과 광저우를 거쳐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최단 루트를 택해 곧장 동당역으로 향했다. 지난 6월 싱가포르 회담 때는 중국 전용기를 타고 하늘길을 이용했다.


차이나칼라가 달린 어두운 색 인민복을 입고 짧은 머리를 한 김 위원장은 만반의 준비를 갖춘 동당역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방탄 경호차에 탑승할 때까지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환영객들의 인사에 화답했다. 인공기와 금성홍기를 흔드는 베트남 환영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지난 6월 싱가포르 회담 때와는 달리 뿔테 안경은 착용하지 않았다.

6월 싱가포르 회담 당시 김 위원장. 뉴시스

이후 베트남 인사 한 명 한 명과 살갑게 인사를 나눴다. 북한 인사들은 김 위원장 주변을 호위하면서도 그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베트남 인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거리를 유지했다. 북측 통역관이 김 위원장보다 걸음이 늦어 뒤처지자 매우 당황하며 빠르게 달려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통역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을 환영하기 위해 동당역을 찾은 베트남 인사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이후 김 위원장은 하노이로 이동하기 위해 승용차에 탑승했다. 베트남에서도 김 위원장의 경호는 남달랐다. ‘김정은 친위대’로 불리는 호위사령부 요원 12명은 김 위원장 전용차량 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가드를 둘러싸고 서른 걸음가량을 뛰었다.

이들은 이후 후속 차량으로 나눠 탑승했으며 남서쪽으로 약 170㎞ 거리에 위치한 하노이까지 동행하게 된다. 이번 경호 대열은 11자 대형으로, 그동안 유지한 V자 형태는 아니었다.

6월 싱가포르 회담 당시 김 위원장. 뉴시스

베트남 당국은 이날 오후 2시까지 동당역에서 하노이까지 170㎞ 구간의 도로를 통제한다.

앞서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역시 1958년과 1964년 베트남을 방문할 때 열차를 이용했다. 하지만 이때는 광저우에서 하노이까지 항공기를 이용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전용열차로 베트남 국경을 넘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