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호 수준” 김정은 전용열차는 시속 60~80㎞로 달렸다

입력 2019-02-26 10:49 수정 2019-02-26 11:1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오전 10시22분 베트남 북부 동당역에 내렸다. 달린 거리는 4000여㎞, 걸린 시간은 65시간52분이었다. 지난 23일 오후 4시30분 평양에서 출발한 뒤 3일이 걸렸다

김시곤 서울과기대 철도대학원 교수는 “그 거리에 그 정도 시간이 걸렸다는 건 중간에 이벤트가 있었다 하더라도 시속 60~80㎞ 정도로 달린 것”이라며 “우리나라 무궁화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열차 장정’은 ‘뛰어난 언론플레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탁현민 청와대 행사기획 자문위원도 전날 자신의 SNS에 “김정은 위원장의 열차 이동은 북측 의전팀의 탁월한 판단과 선택”이라고 호평했다.

김 위원장의 기차 이동은 경제제재 해제와 남북 간 철도연결 사업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탁 자문위원도 “평양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베트남까지 연결된다는 이 당연한 사실을 전 세계가, 특히 ‘우리’가 목격하면서, 통일이 되면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을 거쳐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와 연결될 것이라는 두근거림까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남한의 고속열차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표현해 왔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특사 자격으로 내려왔을 때 서울에서 평창까지 고속철도를 이용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판문점 선언’에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내용을 담았고 같은 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첫 번째 사업으로 철도와 도로 연결을 꼽았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부터 남북 철도연결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북한의 철도 환경 조사에 들어갔다. 현장을 다녀온 철도 관계자들은 “열악하다”고 북한의 철도 상황을 표현했다. 철로와 신호 체계, 차량 모두 노후화됐다고 한다. 200㎞ 이상 속도를 내는 우리 고속열차도 북한에 들어가면 노후한 철로 때문에 50㎞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북한의 일반 열차들과는 다르다. 북한 평양시에 있는 김종태전기기관차종합기업소에서 자체 제작하는 이 열차는 ‘달리는 요새’라 불릴 정도로 모든 걸 갖췄다. 집무실과 침대칸, 연회실, 응급수술이 가능한 의료시설과 여흥을 즐길 노래방도 있다. 집무실과 회의실에는 TV와 컴퓨터, 위성전화가 설치돼 이동 중에도 평양을 원격 지휘할 수 있다. 폭발물 테러 등에 대비해 객차의 창문과 바닥, 벽을 모두 방탄처리했고 중화기 등 공격 무기와 비상시 탈출 헬리콥터도 탑재했다.

문제는 속도다. 북한의 노후한 철로에서뿐만 아니라 고속철도가 달리는 중국의 철로에서도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시속 60~80㎞로 달렸다. 철도 전문가들은 안전과 탑승감 때문에 속도를 늦춘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기술 부족 때문에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자료 : 현대로템>

당초 북한의 전용열차가 중국으로 들어가면 중국의 기관차로 바꿀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관차를 바꿔도 북한의 철도는 속도를 높일 수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의 객차는 동력분산식(Electric Multiple Unit·EMU)이지만 북한은 기존 방식인 동력집중식이다. 열차 선두에 동력차량(기관차)이 집중돼 있는 동력집중식 열차와 달리 동력분산식 열차는 동력장치가 객차 중간마다 분산 설치돼 있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기관차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방식인데, 중국의 고속철도는 기관차가 앞에서 끌고 연결된 차량이 뒤에서 밀어주면서 속도를 올린다”면서 “기관차가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북한 전용열차가 힘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