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영(소아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환자 모친) “차를 타고 갔었죠. 25분 정도 걸렸는데 가서 또 주차장에서 파킹하고 휠체어를 가지고 이동하는 시간이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놀기 전에) 지쳐버리죠. 사실은 아이가 휠체어 탄 다른 친구들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갔지만 막상 그런 친구들을 보기가 힘들었어요.”
장애 아이들도 놀이터에서 놀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있는 놀이터는 장애 아이들의 놀 권리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김남진 사무국장(무장애연대) “지금 무장애놀이터나 통합놀이터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게 한 10개 내외도 되지 않고….”
무장애 통합놀이터란,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차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입니다. 누워서 타는 그네와 시소, 턱이 없는 회전무대 등 장애 아동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있죠. 2006년 서울숲에 처음 무장애놀이터가 만들어진 지 13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통합놀이터 현주소는 어떨까요?
김남진 사무국장(무장애연대) “법적으로 통합놀이터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요. 장애 아동들이 놀이터에서 놀아야 된다는 것을 고민하는 법률이나 지침이 없고 재작년에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설치하는데 지자체 책임이 있다는 개정안이 올라갔는데 아직 계류 중이고….”
통합놀이터의 개수도 파악할 수 없습니다. 현행 놀이터 안전 기준은 비장애 아동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장애 아동에게는 장벽이 되고 있죠.
김남진 사무국장(무장애연대) “놀이터를 사용하기 전에 안전검사라든지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장애 아동들이 놀 수 있는 거에 대한 설치 기준 같은 게 없기 때문에 그런 게 상충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놀이기구에서 떨어졌을 때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바닥에는 모래가 사실 제일 안전한 재질인데 휠체어 사용하는 아이들이나 보행,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모래에서 걷는 게 쉽지가 않거든요. 그런 거에 대한 기준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는 없고…. 어려운 점은 설계 디자이너들이 기술적으로는 되는데 나중에 안전 기준 검사를 통과하지 못할까봐 통합놀이터를 디자인하지 못하는 거….”
등록된 장애인구 중 장애 아동의 비율은 3.6%로 약 9만 명 정도입니다.<등록장애인 추이, 한국 장애인 고용공단 고용개발원(2018)> 하지만 통합놀이터에서 장애 아동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권세영(소아 대퇴골두 무혈성괴사 환자 모친) “실상 가보면 휠체어 탄 아이들이 있는 것보다 일반 아이들이 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이방인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타고 있는 동안에는 ‘너만 이렇지는 않아, 친구들이 있어’ 하고 같이 서로 유대관계를 느낄 수 있을까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실망했어요. 놀 권리가 있다고 말은 하는데 전반적 인식이나 시설은 정말 많이 모자라죠.”
김남진 사무국장(무장애연대) “해외놀이터 답사방문을 했을 때 처음에 당황했어요. 놀러온 아이들이랑 부모님께 통합놀이터를 물어봤더니 ‘그게 뭐냐, 여기 아이들 다 같이 논다’ 장애 아동들이 와서 다 같이 놀면 불편한 점 없냐고 물었더니 ‘왜 불편해요 애들 다 같이 놀고 있어요’라고 답했어요. 똑같은 질문을 한국 놀이터에서 했을 때 비장애 아동 부모들뿐만 아니라 장애 아동 부모들도 ‘같이 놀면 위험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을 많이 하고…. 초반에 상처를 받았던 것은 처음에 통합놀이터 하나 만들었을 때 역차별 얘기가 나왔어요.”
“장애 아동을 위한 거라면 따로 복지관이나 학교에 무장애 놀이터를 만들면 돼요. 그런데 통합놀이터의 통합은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의 통합을 이야기 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장애라든지 나와 다른 사람들과 서로를 이해하는 통합놀이터를 만들고 싶기 때문에 통합놀이터는 기존에 있는 파이를 나누자는 게 아니라 기존 파이를 좀 더 맛있고 화려하고 예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거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유엔 아동 권리 협약>
31조: 어린이는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 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가 있다.
2조: 모든 어린이는 차별받지 않고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
유엔 아동 권리 협약에는 모든 어린이의 놀 권리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놀이터는 아이들이 처음으로 차별을 경험하는 공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모든 아이들의 놀 권리, 우리가 지켜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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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비 인턴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