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열흘 가량 평양을 떠났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2011년 12월 집권한 뒤 최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오후 전용열차를 타고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했다. 열차로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거리는 약 4500㎞로 60시간 이상 달려야 도착한다. 목적지까지 꼬박 3박4일 걸리는 셈이다. 정상회담을 마친 다음날인 3월 1일 다시 열차를 타고 출발한다고 해도 3월 4일은 돼야 평양에 도착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고지도자가 최소 열흘간 평양을 비우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경우 공백 기간은 열흘을 훌쩍 넘는다.
집권 후 최장기간 자리를 비우는 데는 체제 유지에 대한 김 위원장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집권과 함께 고모부 장성택에 대한 숙청을 비롯해 군부 인사들을 수시로 교체하며 권력을 공고히 다져왔다. 더 이상 1인 지배체제를 흔들 걸림돌이 없다는 판단 하에 마음 편히 평양을 떠난 것이다.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집권한 지 8년이 돼서야 23박24일에 걸쳐 러시아로 순방을 떠났다.
체제 유지에 대한 자신감은 북한 매체들의 달라진 보도 행태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정은 동지가 2월27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하노이시에서 진행되는 제2차 조미 수뇌회담을 위하여 평양을 출발하시였다”며 “전용렬차는 당과 정부, 무력기관 간부들의 뜨거운 바래움을 받으며 23일 오후 평양역을 출발하였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도 그가 평양역에서 출발하는 영상을 2분40초 분량으로 방영했다.
그동안 북한 매체들은 최고지도자가 순방 등의 이유로 해외로 떠날 경우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평양에 도착한 뒤에야 이를 국내외에 알렸다. 최고지도자 부재 사실 그 자체가 쿠테타 등의 위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로 간주해서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는 그가 싱가포르에 도착한 지 하루 뒤인 6월 11일에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알렸다. 김 위원장 도착이 이틀이나 남았는데도 그의 행적을 알린 것이다. 최고지도자가 평양에 없다는 사실이 더 이상 위험요소가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