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대리 사과’에, 홍익표 “동의 안해”

입력 2019-02-25 15:02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20대 관련 발언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리 사과’에도 불구하고 해당 발언을 한 의원들의 ‘직접 사과’는 없었다. 홍익표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내 발언의 취지를 잘 모르고 사과를 한 것 같다. 나는 원내대표의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발언의 실제 내용과 맥락, 사과 수위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대 청년 관련 우리당 의원들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원내대표로서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은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주역이다. 20대가 희망을 가져야 우리 사회도 희망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에 앞서 발언을 진행한 이해찬 대표도 “3·1 운동을 이끈 자유, 민주, 청년 정신은 4·19혁명, 부마 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 우리 근현대사의 질곡에서 뛰쳐나오게 한 위대한 힘은 청년 정신에 있다”며 청년 세대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대리 사과’는 얼마 가지 못했다. 이어 마이크를 넘겨받은 설훈 의원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북미 정상회담 관련 발언만 쏟아 냈다. 설 의원은 최근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대 남성층 지지율 하락의 원인에 대해서 “젠더 갈등 충돌도 작용했을 수 있고 기본적으로 교육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 20대를 놓고 보면 그런(민주주의) 교육이 제대로 됐나하는 의문은 있다”는 발언도 했다. 설 의원이 ‘교육’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설 의원은 지난 22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해를 불러일으켜 상처가 된 분들이 있다면 이유를 불문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나아가 홍익표 의원은 지도부의 사과를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홍 의원은 홍 원내대표의 사과에 대해 “아마 설 의원님 발언에 대해 사과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홍 의원은 별도의 브리핑을 통해 “일부 언론과 야당 측의 허무맹랑한 정치 공세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 하에서 남북한의 대결의식과 반북 이데올로기 강화가 당시 교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발언의 골자”라고 해명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