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일제강점기 강제노역과 일제만행의 역사적 현장 재조명

입력 2019-02-25 14:43
지난 19일 화전동 묘비석을 둘러보고 있는 이재준 고양시장(오른쪽). 고양시 제공

고양시는 3.1독립만세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지역내 일제 강점기의 유적을 조사·정비한다고 25일 밝혔다.

고양시 화전동 공동묘지(화전동 663-9번지)에는 일제 시대 조선에서 철도와 다리를 놓으며 부를 축적한 하자마구미가 공사장에서 발견된 무연고자 유해를 강제이장한 뒤 세운 묘비석이 있다.

화강석 재질의 비석 앞면에는 ‘경성조차장 제 3공구 내 무연고 합장지묘(京城操車場弟三工區內無緣合葬之墓)’라 적혀있고 뒷면에는 경기도 고양군 수색리(현재 은평구 수색동)와 고양군 신도면 덕은리에서 이장했음을 표기하고 있다.
화전동 묘비석. 고양시 제공

묘석에서 약 1.2㎞ 정도 떨어진 덕은동 20-1번지 일대에는 두 개의 철도터널이 직선거리 약 10m 간격으로 나란히 뚫려있어 ‘쌍굴철도’라 불리는 곳이 있다.

한 곳은 철도레일을 걷어내고 차량이 지날 수 있고, 다른 곳은 레일과 침목 곳곳에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이 터널들은 일제가 조선인을 강제동원해 건설한 것으로 확인된다.

화전동 묘비석과 쌍굴철도 터널은 또 다른 일제강점기 유적인 화전동 일본군 주둔지와 더불어 경의선 화전역 및 조차장과 부근에 위치해 소위 ‘경의선 철도라인’ 관련 유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쌍굴철도 터널. 고양시 제공

이 일대는 일제 대륙진출의 야망을 뒷받침했던 기반시설인 경의선 철도가 지나는 곳으로 화전역을 통해 대량의 군수물자와 인력이 들고 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에서 한반도 북쪽으로 향하는 철길의 길목에서 일제 강압통치와 민족자본 수탈의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한 곳이다.

두 곳의 현장을 방문한 이재준 고양시장은 “일제 강점기의 상흔을 씻고 우리 민족의 역사와 혼을 회복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며 “하자마구미의 무연고 묘비는 강제노역 희생자와의 연관성을 보다 명확히 규명하기 위한 추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쌍굴터널은 일제 강압과 만행의 상징으로서 그 역사적 가치가 큰 만큼 일대 정비와 관리를 통해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