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김정은’ 도착 전 베트남에서 쫓겨난 ‘가짜 김정은’

입력 2019-02-25 13:31 수정 2019-02-25 15:5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따라한 하워드 엑스(오른쪽)와 러셀 화이트가 지난 22일 베트남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가짜 김정은’이 ‘진짜 김정은’ 도착 전 베트남을 떠나게 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비슷한 외모로 유명해진 호주 코미디언 하워드 엑스가 베트남 당국에 의해 추방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워드는 이날 베트남 당국에 의해 공항으로 떠나기에 앞서 현지 기자들에게 “북한 사람들은 유머 감각이 없다”며 “풍자는 독재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하워드가 ‘베트남 당국으로부터 비자가 유효하지 못하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추방당하는) 진짜 이유는 김정은과 얼굴이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워드 엑스와 러셀 화이트가 지난 22일 베트남 하노이 호안 키엠 호수에 있는 응옥썬 사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제공

하워드 엑스는 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흉내를 낸 러셀 화이트와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헤어스타일과 복장을 한 후 하노이 거리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장소로 유력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 등도 찾아 시민들의 촬영에 포즈를 취하고, 현지 방송사와 인터뷰도 했다.
하워드 엑스가 25일 베트남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베트남 당국에 의해 공항으로 이동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하지만 하워드는 당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베트남 경찰과 이민 당국자들이 자신을 찾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 당국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매우 민감한 시점이어서 두 정상의 스타일을 따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체류 기간 공공장소에서 이같은 분장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당국은 그에게 당국 결정이 있을 때까지 호텔에서 나오지 못 하도록 했다.

하워드는 추방됐지만 그의 파트너 러셀은 계속 체류할 것으로 보인다. 체류 자격은 얻었지만 공공장소에서 모습을 나타내는 것은 허가 받지 못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