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모하메드 살라의 최근 컨디션이 심상찮다. 장기인 주력을 활용한 뒷공간 침투는 여전하지만 발끝에 날이 서있던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 가장 기본적인 퍼스트 터치가 불안해졌다. 24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7라운드 원정경기에서도 그랬다. 몸이 아주 무거워 보였다. 이날 살라는 최악의 경기력을 펼치며 혹평을 면치 못했다.
리버풀로선 아쉬움이 남을만한 경기였다. 올드 트래퍼드 원정경기였지만 행운의 여신은 리버풀의 손을 들어줬다. 맨유에 예기치 못한 부상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앙토니 마르시알과 네마냐 마티치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그라운드를 밟지조차 못했다.
맨유의 악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반 21분 안데르 에레라가 허벅지 통증을 호소해 안드레아스 페레이라로 교체하더니 4분 뒤 후안 마타까지 더 뛸 수 없다는 사인을 보냈다. 결국 햄스트링 부상에서 이제 막 돌아온 제시 린가드를 투입해야 했다. 무리한 투입은 결국 독이 됐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던 린가드는 경기를 뛰는 도중 다시 통증을 느꼈고, 18분 만에 알렉시스 산체스와 교대해야 했다. 맨유는 전반에만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해 전술적인 변화가 더는 불가능했다.
리버풀은 후반에 접어들자 잔뜩 내려앉아 경기 운영을 펼치는 맨유를 상대로 총공세를 퍼부었다. 살라는 침묵했다. 후방에서 들어온 위협적인 전진 패스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살라에게 향한 공은 번번이 길게 터치돼 맨유 수비수들에게 향했다. 스리톱의 꼭짓점 역할을 하던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부상으로 일찍 교체된 탓도 컸지만, 이날 살라는 측면에서 전혀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살라의 부진 속에 사디오 마네가 측면을 휘저으며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살라는 후반 34분 디보크 오리기와 교체돼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맨유를 상대로 단 한 개의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던 징크스도 계속 이어가게 됐다. 리버풀은 이날 경기에 승리했다면 맨체스터 시티(승점 65)를 3점 차로 앞서가며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었지만, 승점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거센 추격을 받게 됐다.
살라의 부진은 이날 한 경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경기를 보면 살라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부진한 상황에서도 끝내 득점을 터뜨리며 한방 해결사다운 모습을 보여줬을 뿐, 경기력은 합격점을 받기 어려웠다. 그의 체력누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리버풀은 올해 치른 경기에서 3승 5무 1패를 기록하며 주춤하고 있다. 최근 팀 득점력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까지만 해도 맨시티와 승점을 4점 차까지 벌리며 우승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었지만 추후 일정을 생각하면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안방에서 열린 16강 1차전에서 수비적으로 나선 바이에른 뮌헨을 공략하지 못하며 0대 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차전 독일 원정에서 반드시 득점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살라가 살아나야 리버풀이 우승경쟁에 힘을 받을 수 있다. 살라가 맨유전과 같은 부진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리버풀의 29년 프리미어리그 무관은 현실이 될 것이다.
송태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