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전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의 성폭행 의혹으로 촉발된 체육계 성폭력 해결을 위해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이 25일 출범했다. 11년 전 여자 프로농구 팀 성폭력 사건 당시에도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재발방지책을 쏟아냈지만 문제가 재발한 바 있어, 이번에는 지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인권위 청사 10층에서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 출범식을 갖고 공식 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무거운 책임감과 설렘이 있다”고 운을 뗀 뒤 “스포츠는 국가의 사회적 위상을 드높인다는 이름으로 폭력이 이뤄져왔다.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성폭력 문제를 해소할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기한에 관계없이 철저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단장을 포함해, 인권위 조사관 및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파견공무원 등 총 17명 내외로 구성돼 향후 1년 간 활동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크게 총괄기획팀과 특별조사팀으로 구성된다. 총괄기획팀은 개별진정사건이나 직권조사, 피해자지원, 교육, 관련된 관계 협의한다. 특별조사팀은 실태조사, 정책적인 대안을 검토한다.
조사단은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펼친다. 조사 대상은 대한체육회 등록 선수단 총 6132팀으로, 엘리트 스포츠의 경쟁 시스템에 속하지 않는 동호회나 각종 클럽 등은 제외했다.
종목별 특성을 고려해 조사단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조사를 주된 방법으로 진행하되, 일부 분야는 연구용역을 통한 표본조사 실시할 예정이다. 이때에도 피해자 대상 자율적 설문조사를 원칙으로 하되, 피해자 상황에 따라 1:1 심층조사 실시한다. 조사단은 실태조사 시 익명을 보장하고 사전 간담회를 통해 조사 취지나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하는 등 선수들이 안심하고 응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체육계의 목소리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 피해사례 접수를 위해 전용 상담‧신고 센터 마련했다. 체육계 폭력‧성폭력 피해자, 피해사실을 아는 제3자 등에게서 전화, 이메일,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실명 혹은 익명으로 상담을 받는다. 실태조사나 신고로 피해가 파악되면 피해자가 원하는 형태로 사건을 조사하고, 필요시 해당 단체 또는 종목에 대한 직권조사를 펼쳐 권리구제에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스포츠인권 자문위원회’도 구성했다. 인권위 인권위원 2명 외에 업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체육계·학계·여성계·법조계 등 전문가와 현장활동가 등 15인으로 구성돼 이날 출범식과 함께 첫 회의를 가졌다. 위원회에는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김상범 체육시민연대 집행위원장, 김은희 테니스 코치,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 이경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위원 등이 참석했다.
이밖에 조사단은 관계 정부기관, 전문가협회, 민간단체 등과의 협력을 통해 피해자에게 신속하고 효과적인 지원이 병행되도록 현행 제도와 절차도 보완할 예정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