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핑샹~베트남 동당 구간은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산케이신문은 25일 김 위원장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베트남 국경 루트가 양국 역사의 격랑을 빠져나왔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1960~7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북베트남을 지원하기 위해 해당 구간 철도를 이용해 물자를 지원했다. 지금도 해당 구간으로 들어가는 3개 레일이 남아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베트남 철도의 레일 폭은 중국 철도보다 좁아 바로 통행할 수 없지만 베트남 철도의 바깥 레일을 추가해 서로 통행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양국이 캄보디아 문제로 충돌하면서 관계가 악화돼 해당 구간의 열차 운행은 중단됐다. 중국이 캄보디아의 친중 정권인 크메르 루즈를 지원했고, 베트남은 1978년 12월 25일 캄보디아를 침공해 크메르 루즈 군을 축출하면서 양국 사이의 긴장이 고조됐다. 급기야 79년 2월 17일 중국이 베트남과의 국경을 넘어 전쟁을 시작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다. 이번에 김 위원장이 열차를 이용해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당역이 있는 랑선성 지역은 한때 중국에 점령되기도 했다. 랑선 시내에는 당시 전투로 숨진 약 460명이 묻힌 공동묘지도 있다.
중국과 베트남 간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중국의 재침략을 우려해 랑선에서 하노이에 이르는 국도의 복구를 최소한으로 했다는 게 산케이신문의 설명이다. 이후 두 나라는 91년 국교 정상화를 이루고, 국경을 오가는 열차 운행도 재개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도착할 것으로 보이는 해당 루트는 우호와 대립이 반복돼온 중국-베트남 양국의 역사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