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북한과의 정전협정 이후 본의 아니게 ‘섬’이 됐다. 바다와 대륙을 연결하는 반도 국가라는 지리적 특성 탓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3일 특별열차를 타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로 향했다. 60여시간을 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기차 이동은 그동안 남북이 교통을 연결하면 유럽까지 갈 수 있다는 막연한 상상력을 실제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의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남북 교류를 넘어 우리 경제가 육로를 통해 중국, 러시아 등 유라시아 대륙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가장 빠르게 진행된 사업은 철도다. 지난해 12월엔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이 열렸다. 9량으로 편성된 특별열차는 서울역에서 판문역을 오갔다. 착공식에 앞서 유엔은 해당 열차에 대해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남북이 진행할 열차 연결은 두 축이다. 경의선은 신의주를 통해 유럽까지 이어지는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하고 동해선은 나진~하산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하는 것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구상을 밝혔다. 남북과 중·일·러·몽골 동아시아 6자와 미국이 참여하는 ‘6+1’ 구상으로 철도를 중심으로 다자 경제협력체제를 만든 뒤 이를 다자 안보협력체제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TCR이나 TSR, 몽골 종단철도 등과 연결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투자를 받는 식이다.
철도에 관심이 쏠리면서 다소 소외됐던 도로망 개발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바로 아시안 하이웨이다. 이 프로젝트는 대북제재를 하고 있는 유엔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아시안 하이웨이는 아시아 국가 간 교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UNESCAP)에서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 32개국을 그물망처럼 연결하는 14만여㎞의 도로망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안 하이웨이 1호선과 6호선(국도 7호선·동해고속도로)이 모두 출발한다. 이미 부산에서 서울로 연결되는 경부고속도로에는 ‘아시안 하이웨이 1호선’이라는 특별한 표지판까지 만날 수 있다. 표지판에는 중국, 인도를 거쳐 터키로 이어진다고 돼 있다.
1호선이 바로 베트남을 연결하는 도로망이다. 하지만 구상은 세웠지만 도로는 어디로도 연결되지 못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