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9시20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 꼬리 부분에 ‘P-914’라고 적힌 고려항공 소속 일류신(IL)-76 수송기가 조용히 착륙(사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경호원 100여명이 검은 정장 차림으로 줄지어 내렸다. 곧이어 경호 용품과 각종 물자 등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화물들이 운송되기 시작했다.
하노이 현지에 파견된 제임스 피어슨 로이터통신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의 경호원들과 신비스러운 상자를 실은 북한 화물기가 예고 없이 도착했다. 이 비행기는 (항공기) 추적기에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두 번째 ‘세기의 담판’을 앞둔 김 위원장은 전용열차를 교통편으로 선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북·미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 ‘참매 1호’를 포함해 총 3대의 비행기를 띄웠다. IL-76 수송기와 중국 고위급 전용기 ‘보잉747-4J6’ 항공기(CA-61편), 참매 1호기가 1시간 간격으로 떴다.
김 위원장의 동선 노출을 최대한 피하기 위한 ‘연막작전’이었다. 당시 김 위원장이 탑승했던 보잉747은 중국 베이징 인근에서 돌연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가 편명을 CA-122에서 CA-61편으로 바꾼 뒤 싱가포르로 날아갔다.
러시아 항공기 제작사 일류신이 만든 IL-76 수송기는 지난해 김 위원장의 2, 3차 방중과 6·12 북·미 정상회담 때 벤츠 S600 풀만가드 방탄차 등 각종 장비를 실어 날랐다.
김 위원장은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열차편을 선택했지만 각종 경호물품의 수송에는 안전성과 시간, 효율성 등을 고려해 항공편을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생산 35년째를 맞은 참매 1호는 하노이 왕복(약 5520㎞)이 가능하지만 항공 보안성 등에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