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사상 초유의 항명 논란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뜨거웠던 첼시 선수단의 태업, 항명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첼시는 25일 오전 1시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풋볼리그(EFL)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맞붙었다. 결승전답게 치열한 공방이 계속됐다. 120분 혈투에도 승부가 나지 않았고, 승부차기 혈투 끝에 맨시티가 4대 3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 첼시로선 지난 1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당한 0대 6 패배의 아픔이 가시기 전이었다. 객관적인 전력 차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잔뜩 내려앉아 수비적인 경기운영을 펼쳤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기보단 잔뜩 웅크렸다가 카운터를 치는 역습 전술로 나섰다. 맨시티는 점유율을 가져간 채 라인을 잔뜩 끌어올려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연장 후반까지 120분 동안 끝내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논란의 상황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에 나왔다. 케파 골키퍼가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강력한 슛을 막아낸 직후였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케파의 몸 상태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했고 곧바로 백업 골키퍼인 윌리 카바예로와 교체할 것을 명령했다. 카바예로는 프로통산 페널티킥 선방률이 39%에 달할 정도로 승부차기에 자신감을 보이는 선수다. 그뿐만 아니라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맨시티 소속이었던 만큼 아구에로 등 상대 주요 선수들이 선호하는 킥 방향을 알고 있었을 터. 사리 감독은 경험적으로도 카바예로가 훨씬 유리하리라 판단했다.
카바예로는 하프라인 근처까지 갔다 다시 벤치로 돌아와야 했다. 케파가 교체지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교체하지 말라는 제스처까지 보냈다. 지안프랑코 졸라 수석코치가 나서 케파에게 그라운드에서 나올 것을 조언했지만 소용없었다. 명백한 항명이자 월권행위에 사리 감독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감정이 격해지며 손에 쥐고 있던 수첩을 바닥에 집어 던졌고, 지휘를 포기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스태프의 제지로 간신히 추스를 수 있었다.
케파는 결국 승부차기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세 번째 키커 르로이 사네의 킥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두 번째 키커 아구에로의 킥을 흘려보내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경기가 끝난 후 모든 비판은 케파에게 향했다. 과거 첼시를 거쳐 갔던 팀 선배들과 현지 언론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까지 나서 케파의 행동을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사리 감독이 직접 나서 제자를 두둔했다. “더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지만 케파의 몸 상태에는 이상이 없었다. 케파는 그것을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면서 커뮤니케이션 오해임을 밝혔다. 케파 역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감독의 권위를 존중한다. 나는 그저 경기에 계속 뛸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