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이대호(37)는 2010년 174안타, 44홈런, 타율 0.364를 기록했다. 또 133타점, 99득점, 장타율 0.667, 출루율 0.444등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타격 7관왕을 차지했다.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대호는 롯데 구단에 7억원의 연봉을 요구했고, 롯데는 6억3000만원을 고수했다. 결국, 연봉조정신청까지 갔지만, 조정위원회는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끝까지 자존심을 굽히지 않은 롯데의 승리인 것처럼 보였다.
롯데의 자존심(?) 행보는 올해 FA시장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노경은(35)과의 FA 협상에서 옵션 2억원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급기야 협상 결렬을 보도자료까지 내며 세상에 알렸다. 선수에게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공공연히 내보내고 있다. 결국, 노경은은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지도 못한 채 쉽지 않은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두산 베어스로 이적한 조쉬 린드블럼(32)과의 계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도 연봉 협상에서 부록 합의서에 ‘2017년 재계약을 할 경우 연봉은 140만 달러’라는 구단 옵션이 포함됐다. 그런데 린드블럼은 2016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자 롯데는 90만 달러의 연봉을 제안했다. 전별금 성격의 ‘바이아웃’ 20만 달러를 린드블럼이 요구했지만, 롯데는 지급하지 않았다. 끝내 법정 다툼까지 가게 됐다.
세 가지 사안을 놓고 보면 롯데 구단의 섬세함이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연봉 협상의 잡음을 유연하게 봉합하기보다는 자존심을 세우는 쪽으로 표출하고 있다. 물론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것은 옳지 않다. 객관적 자료를 통해 연봉을 정하는 게 올바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세 경우 모두 객관적 잣대라기 보다는 자존심이 우선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탓에 구단의 일방적 횡포에 맞설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귀족노조로 전락한 선수협의회 구조로는 되지 않는다. 선수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리그 대표 선수들이 앞장서야만 가능한 일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