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기장님과 함께 이륙 준비 마친 담원

입력 2019-02-25 10:00 수정 2019-02-25 10:00
라이엇 게임즈

담원 게이밍이 ‘돌아온 기장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담원은 24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19 스무살우리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SKT T1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2대1로 역전승을 거뒀다. 2세트부터 출전한 ‘플레임’ 이호종과 ‘캐니언’ 김건부가 좋은 활약을 펼쳤다.

약 1000일 만에 LCK 복귀전을 치른 이호종은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상대 탑라이너 ‘칸’ 김동하와의 맞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최대 위기 상황이었던 3세트 24분에는 홀로 내셔 남작 둥지에 돌진, SKT가 사냥하던 버프를 빼앗아 경기의 승패를 뒤바꾸기도 했다.

당시 ‘쇼메이커’ 허수가 전사한 상황이었다. 수적 우위에 선 SKT가 내셔 남작 사냥을 시도했다. 그러자 이호종이 소환사 주문을 ‘강타’로 바꾼 뒤 적진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SKT 병력 틈바구니에 껴서 침착하게 강타를 사용, 버프를 가로챘다. 당시 내셔 남작의 체력은 801까지 줄어든 상황이었고, 15레벨인 이호종의 강타 대미지는 850이었다.

반대로 ‘클리드’ 김태민은 바로 코앞에서 내셔 남작 버프를 빼앗겨야 했다. 김태민은 당시 12레벨로 강타 대미지가 720에 불과했다. 솔로 라이너보다 상대적으로 레벨이 낮을 수밖에 었었던 정글러 포지션의 비애였다. 김태민의 실수라기보다는 이호종의 과감하고 침착한 판단이 돋보였던 셈이다.

이호종의 존재감은 슈퍼 플레이 상황에서만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호종 투입 이후 담원의 오더 체계 또한 전보다 정돈된 모습이었다. 담원은 대형 오브젝트 앞에서 연이어 손해를 보기도 했으나,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LCK에서 가장 불같은 팀 중 하나로 꼽히는 담원이지만, 이날만큼은 끝까지 침착함을 유지해 불리했던 경기를 역전했다.

경험 많은 베테랑의 오더가 젊은 재능 덩어리들과 만난 결과다. 이호종은 2012년 데뷔한 LCK 최고참급 선수다. 이후 국내외 리그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아주부 블레이즈에서 프로게이머 커리어를 시작해 이후 중국 LGD 게이밍과 롱주 게이밍(現 킹존 드래곤X), 북미 임모털스, 플라이퀘스트 등을 거쳤다.

평소 보컬 리더 역할을 선호해온 선수이기도 했다. 이호종은 24일 경기 후 기자실 인터뷰에서 “데뷔 후 모든 팀에서 콜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미국 생활 당시에는 모국어가 아니다 보니 활용을 못 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콜 같은 건 데뷔 때부터 비중을 많이 차지했고 자신 있는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허수 역시 같은 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호종이 형이 경험이 많다 보니 대회에서 우리를 잘 이끌어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호종이 형이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는 말을 많이 했다”며 “전체적으로 호종이 형이 말을 엄청 많이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담원의 에이스가 ‘너구리’ 장하권인 만큼 이호종이 매 경기 출전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두 선수가 창과 방패로서 공존한다면 담원으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옵션을 얻게 된 셈이다. 담원 김목경 감독 역시 “장하권이 잘하고 있지만 분명 이호종이 합류함으로써 서로 단점을 보완할 수 있고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이호종 영입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호종 선수가 가진 풍부한 경험이 분명 다른 선수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다른 선수들보다 더 간절함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분명 이 팀에서도 잘 해낼 거라 판단했다.”

자신들의 첫 번째 장점으로 주저 없이 ‘피지컬’을 꼽는 담원과 오더에 강점이 있는 베테랑 이호종의 만남이다. 첫 경기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새로운 ‘기장님’을 모신 담원이 앞으로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