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민섭의 대기실] 아프리카 잠재운 ‘템트’ 강명구

입력 2019-02-25 02:33 수정 2019-02-25 02:43
라이엇 게임즈

“병원 한 번 더 가야 하는 거 아니야?”

한화생명e스포츠 관계자는 미드라이너 ‘템트’ 강명구의 건강 상태를 걱정했다. 강명구는 24일 아프리카 프릭스전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도 잔기침을 그치지 않았다. 일주일 가까이 앓아온 감기몸살이 원인이었다.

아프리카에 맞서 마우스를 쥐고 있는 동안에도 몸 상태가 좋지는 못했다. 하지만 ‘소환사의 협곡’ 안에서만큼은 끝까지 날카로운 감각을 유지했다. 강명구는 2세트 신드라, 3세트 조이로 곡예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치며 팀에 시즌 6승째를 선물했다.

한화생명은 24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아프리카와의 2019 스무살우리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대1로 역전승했다. 한화생명은 이날 승리로 6승4패(세트득실 +2)를 누적, 같은 6승 대열의 4위 담원 게이밍과 5위 킹존 드래곤X 뒤를 바짝 쫓았다.

“인생의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해!”

한화생명이 1세트를 무기력하게 패하자 대기실에 있던 강현종 감독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런 고강도 피드백의 효과가 나왔던 것일까? 한화생명은 2세트부터 냉정함을 되찾았다. 강명구는 이어지는 2세트에 신드라를 골라 5킬 2데스 5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그는 ‘썬’ 김태양(르블랑)과 ‘드레드’ 이진혁(리 신) 상대로 연속 솔로 킬을 따내며 협곡의 중원을 지배했다.

경기후 국민일보와 만난 강명구는 “감독님께 혼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가 봐도 1세트는 정말 이상했다. 리산드라나 블라디미르 등 상대 위험 요소를 체크해야 했는데 그런 점이 부족했다. 너무 뭉쳐서 포킹만 하려고 했던 게 문제였다”고 경기를 복기하며 “2세트부터도 경기력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이겨서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신드라, 처음에는 선택을 망설였던 챔피언이었다. 지난 22일 담원전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던 픽이기도 했다. 강명구는 “사실 신드라를 고를 때 계속 담원전이 생각나 다른 거를 하고 싶었다. 원래는 다른 챔피언을 고르려 했는데, 팀원들이 만류했고 감독님께서도 신드라를 추천하셨다”고 밴픽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반면 1세트와 3세트에 ‘헤롱헤롱쿨쿨방울(E)’의 높은 적중률을 뽐냈던 조이는 강명구가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이었다. 강명구는 이날 조이로 좋은 플레이를 펼친 것에 대해 “조이가 유리할 때는 할 게 많은데 불리할 때는 할 게 없는 챔피언“이라면서 “(유리한 상황에서) 해야 하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이를 잘하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묻자 강명구는 “초반부터 실수하지 않고 라인전을 잘 풀어나가는 게 정답”이라고 답했다. 이에 기자가 “그거 국영수 위주로 공부하면 된다는 것과 같은 말 아니냐”고 재차 추궁하자 그는 말없이 웃었다.

아울러 강명구는 이날 경기 전까지 ‘유칼’ 손우현을 상대할 거로 예상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손우현이 나올 줄 알았다. 그래서 손우현이 플레이하는 챔피언을 이것저것 생각해왔다”면서 “김태양이 나와서 처음엔 당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괜찮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강명구는 이날 MVP 포인트 200점을 독식했다. 올 시즌 총 12세트에 출전, 6회 MVP로 선정된 강명구다. 이와 관련해 그는 “솔직히 2세트에는 제가 MVP를 받을 거 같았지만, 3세트에는 ‘키’ 김한기(블리츠크랭크)가 받을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 프로게이머로서 전환점을 맞은 강명구는 오는 1일 예정된 킹존과의 리턴 매치에서도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지난 22일 킹존과의 1라운드 대결에서 이겼던 당시를 상기하며 “최근 저희가 이겼던 기억이 있는 만큼 더 자신 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윤민섭의 대기실>은 경기를 마친 후 기자실을 찾은 선수들의 이야기를 현장감있게 전하는 브랜드 코너입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