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에서 주목받는 장면 중 하나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12인조 남성의 ‘브이(V)’자 대형 경호다. 이들은 김 위원장의 탑승 차량과 같은 속도로 뛰면서 육탄 경호를 펼친다. 이른바 ‘방탄경호단’. 외신은 이들을 ‘러닝 보디가드(running bodyguard)’라고 부른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처음 만난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같은 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모두 나타났다. 후방에 2명, 측면에 5명씩을 배치한 V자 대형으로 김 위원장의 차량을 에워싸고 뛰었다. 최근 국제사회의 정상외교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진풍경이지만 흐트러짐 없이 대형을 유지해 세계의 탄성을 자아냈다.
김 위원장의 경호는 북한 974부대와 963부대(호위사령부)가 책임진다. 호위사령부는 평양 모란봉구역 북대동에 본부를 두고 있다. 12만명의 대규모 병력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근접 경호는 974부대에서 맡고 있다. 김 위원장의 차량을 V자 대형으로 둘러싼 ‘방탄경호단’이 974부대 요원들로 추정된다. 974부대는 호위사령부와 다르게 수천명으로 구성된 최정예 부대다. 김 위원장의 지근거리에서 무기를 소지하고 경호하는 만큼 북한 노동당 지도부의 엘리트로 구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외곽 경호는 개최국인 베트남 당국에서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근접 경호는 974부대 요원들이 책임질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싱가포르에서와 마찬가지로 V자 대형으로 김 위원장의 차량을 호위할지 여부는 개막이 임박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장외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북한 경호 인력 100여명은 고려항공 특별기를 타고 24일 오후 9시20분(현지시간)쯤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에 도착했다. 베트남 인터넷신문 VN익스프레스는 “이들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하노이 시내를 가로질러 멜리아호텔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멜리아호텔은 김 위원장의 숙소로 지목된 곳이다. 김 위원장이 이곳에서 묵을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김 위원장은 베트남 방문길에 전용차량을 북한에서 공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정상외교에 사용했던 전용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 S600 풀만가드. 소총, 수류탄, 화염방사기 공격을 견딜 수 있도록 개조된 리무진 버전이다. 화학테러에 대비해 산소공급기 장착됐다. 타이어가 훼손돼도 시속 80㎞ 이상으로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차량이 북한 경호 인력과 함께 고려항공편으로 수송됐는지, 오는 26일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에 실려 오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VN익스프레스는 “고려항공편에 도요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랜드크루저 2대가 실렸지만 김 위원장의 전용차량은 없었다”고 전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