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출전이 쉽지 않다…같은 팀 공격수가 경쟁상대?

입력 2019-02-24 14:47
한국 축구대표팀 수비수 김민재. 뉴시스

중국 슈퍼리그 베이징 궈안에서 새 둥지를 튼 김민재의 데뷔전이 불발됐다. 슈퍼리그 진출 이후 첫 공식 경기였던 23일(한국시간) 2019 중국 슈퍼컵에선 김민재가 그라운드를 밟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교체 명단에도 없었다. 김민재의 결장과 함께 팀은 상하이 상강에 0대 2로 완패했다.

베이징은 김민재 출전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해 슈퍼리그 30경기서 45실점을 한 부실한 수비력을 메우기 위해 그를 영입했지만, 출전시킬 자리가 없다. 그를 출전시키기 위해선 외국인 공격수 한 명을 포기해야 한다. 슈퍼리그의 엄격한 외국인 용병 정책 때문이다.

슈퍼리그는 자국 선수들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해 외국인 용병 출전을 제한하고 있다. 2017년 아시아 쿼터까지 폐지하며 외국인 선수에 제한을 뒀다. 애초 5명까지 가능했던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4명으로 축소했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3명이 최대다. 같은 아시아 국가 선수인 김민재 역시 아시아 쿼터가 없어짐에 따라 똑같은 외국인이다. 그가 당장 경기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베이징은 보유 가능한 외국인 한도 4명을 모두 채웠다. 김민재와 세드릭 바캄부, 헤나투 아우구스투, 호나탄 비에라가 그들이다. 이날 슈퍼컵에선 김민재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모두 하프라인 윗선에서 공격을 이끌고 있다. 수비수인 김민재가 출전을 위해 내부적인 경쟁을 펼쳐야 할 상대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공격수인 셈이다. 경쟁에서 밀린다면 김민재가 뛸 수 있는 경기는 아시안 쿼터가 남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뿐이다.

현실적으로 김민재가 밀어낼 수 있는 상대는 비에라다. 아우구스투는 중국 무대 진출 이후에도 브라질 대표팀에 꾸준히 차출될 정도로 출중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베이징에서도 부주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핵심 자원이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20골을 터뜨리며 팀 내 최다 득점자로 자리매김한 바캄부는 더더욱 포기할 수 없다. 베이징은 입장에선 수비수 김민재가 나름의 골칫거리인 셈이다. 수비 압박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공격에 의존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베이징에서 김민재의 출전이 쉽지 않다.

앞서 많은 한국 선수들이 중국 무대에서 외국인 용병 정책 때문에 자리를 잃은 바 있다. 홍정호와 김승대, 김형일 등 여러 선수가 중국 무대에서 자리를 잃고 국내 리그로 복귀했다. 장현수와 김기희 역시 슈퍼리그를 떠나 다른 해외클럽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외에도 오범석과 황일수, 하태균과 황석호 등도 중국 무대를 떠나야 했다. 김영권은 지난 시즌 로스터에서도 말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권경원과 김주영 등이 아직 버티고 있을 뿐이다.

로저 슈미트 베이징 감독은 김민재 영입을 앞두고 그의 중용을 약속했다. 김민재의 이적이 확정되자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민재가 이곳을 선택해 매우 기쁘다”며 “나이에 맞지 않게 노련함과 주축이 될 자질을 갖췄다”며 주전으로 기용할 뜻을 드러냈다. 출전을 위한 김민재의 싸움이 시작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