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오후 특별열차편으로 평양을 떠나 베트남까지 4000㎞가 넘는 ‘대장정’에 올랐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베트남에 도착하는데 60시간 가량 걸릴 전망이다. 돌아올 때도 똑같이 이틀 반이 걸리기 때문에 김 위원장 일행은 최소 8000㎞를 달리는 열차 안에서 꼬박 5일을 지내야 한다.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내부가 ‘특급 호텔’ 수준으로 꾸며져 있어 장시간 여행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때 동행한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는 특별열차 내부에 영화 감상용 대형 텔레비전과 노래방 기기, 전화기, 위성항법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전용열차도 김정일 위원장이 사용하던 열차와 거의 비슷하게 꾸며졌다. 현재 전용열차 내부는 지난해 3월 1차 방중 당시 김 위원장이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열차 안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도될 때 공개됐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특별열차는 그가 2011년 8월 31일 러시아와 중국을 방문하고 귀국할 때 북한매체가 이례적으로 내부를 공개했다. 당시 전용열차 내부는 현재의 구조와 거의 같았다.
당시 러시아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김정일 위원장이 앉아 있었던 소파는 현재 전용열차 내부의 소파와 같은 위치에 놓여 있었지만 색깔과 모양이 달랐다. 그러나 객차 바닥의 인테리어나 업무용 책상 앞면에 새겨진 문양은 그대로였고, 소파와 탁자, 벽걸이 텔레비전의 배치, 흰색 커튼 색깔도 예전과 같았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용하던 열차 일부는 현재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 전시돼 있다.
전용열차는 최고의 방탄 설비가 돼 있으며, 김 위원장이 머무르는 객차는 바닥에도 방탄용 철판이 깔려 있어 열차 하단의 폭발 사고까지 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실에는 위성항법시스템과 벽걸이 텔레비전, 위성전화 등 첨단 장비가 설치돼 있어 열차 안에서 통상적인 업무를 볼 수 있다. 집무실에선 대형스크린으로 평양과 영상통화도 할 수 있다. 벤츠 2대 등을 실을 수 있는 전용자동차 차고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열차의 최고속력은 시속 180㎞ 정도지만, 안락한 여행을 위해 60~70㎞ 정도의 속도를 유지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비행기와 열차를 번갈아 이용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열차 이용을 고집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1년 모스크바 방문시 24일 동안 2만여㎞를 특별열차로 이동하는 등 열차로만 중국을 7차례, 러시아를 3차례 방문했다. 2001년 5월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인 상하이 푸둥 지구를 방문할 때나 2006년 1월 중국 광저우·선전 경제특구를 둘러볼 때도열차를 이용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