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승부 잊은 토트넘, 비길 줄도 알아야 산다

입력 2019-02-24 12:21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이 23일(한국시간) 벤치에 앉아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번리전을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는 두 가지 결과만 갖고 있다. 승리 혹은 패배. 무승부가 없다.

토트넘은 올 시즌 리그에서 20승 7패를 기록해 모두 승부를 가렸다. 지난 시즌부터 리그 31경기 연속 무승부 없는 경기를 펼쳤다. 과거 볼턴 윈터러스가 기록한 28경기 연속 기록은 일찌감치 넘어섰다. 시즌 전체로 살펴봐도 41경기 중 무승부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록한 2무만이 전부다. 놀라운 수치다.

무승부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축구를 한다는 뜻이다. 대부분 게임을 공격적인 수로 맞불을 놓고 있다는 의미다. 한 골 차 싸움에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적인 교체카드가 효과적으로 먹혀들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결과 비길 경기마다 승리해 승점 2점을 더 얻었다. 27라운드를 치르며 얻어낸 60점의 승점은 토트넘이 지난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기록한 최다 승점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축구에선 승부를 가리지 못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승점 1점을 얻어낼 수 있는 무승부가 3번이 반복되면 승점 3점, 즉 한 번의 승리를 따내는 것과 같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이라 평가받는 ‘빅 6’중 7패 이상을 한 팀은 토트넘뿐이다.

토트넘의 기록한 7패 중 한 점 차 패배는 무려 5차례. 비길 경기에 승리할 법은 알지만 패할 경기를 비기는 법은 모른다. 뒷심이 부족하다. 23일(한국시간) 번리 원정을 떠났던 2018-2019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1대 2 패)에서도 그랬다. 수비적으로 나선 팀을 공략하지 못했고 결국 무너졌다.

세트피스에서 첫 골을 허용한 포체티노 감독은 교체 3장을 에릭 라멜라, 루카스 모우라, 페르난도 요렌테에 사용했다. 모두 추가 골을 노린 공격적인 전술적 교체였다. 해리 케인이 만회 골을 기록하며 다시금 벌어진 한 점 차 싸움이었다.

이날도 포체티노 감독의 용병술은 승리의 향방을 바꿨다. 다만 행운의 여신은 토트넘이 아닌 번리 쪽에 섰다. 토트넘이 점유율을 높이며 공격을 퍼붓던 와중 후반 38분, 번리가 찾아온 역습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토트넘이 과연 언제쯤 승부를 가리지 못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유럽 5대 리그에선 스페인 스포르팅 히혼이 2008~2009시즌 프리메라리가 34라운드에서 첫 무승부를 허용하며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토트넘은 앞으로 7경기만 승부를 가리면 히혼의 기록에 다다른다.

다만 이날 번리전에서 알 수 있듯 무승부가 없다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승점 1점을 얻어내는 법도 알아야 한다. 포체티노 감독의 고민이 필요하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