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결국 전용기 대신 전용 열차를 타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로 향했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도 과거 하노이 방문 때 열차와 비행기를 번갈아 탔다. 김 위원장이 김 주석의 선례를 따를지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참석차 전날 오후 평양역에서 전용 열차를 타고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 정저우, 창사, 광저우 등을 거쳐 26일 오전쯤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동당역에서 승용차로 갈아타고 국도 1호선을 따라 하노이까지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거리만 4000㎞에 달하고 60시간이 소요되는 대장정이다.
김 위원장이 김 주석처럼 중국 지역에서 열차에서 비행기로 갈아탈 가능성도 있다. 김 주석은 1958년 호찌민 베트남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하노이로 향했다. 평양에서 베이징까지는 열차로 이동해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를 만났다. 그 후 우한까지 다시 열차로 이동해 마오쩌둥(毛澤東) 국가주석을 만났고, 마오 주석과 함께 광저우로 넘어가 인근을 시찰했다. 김 주석은 광저우에서 중국 정부가 제공한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이 전용 열차를 택한 데에는 김 주석처럼 중국을 시찰하려는 의도도 담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 선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2006년 광저우와 선전지역의 기업을 시찰하며 북한의 개혁·개방 정책을 모색했다. 북한의 의전을 총괄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 16일 베트남 입국 전 광저우를 경유했다.
미국과 비핵화와 경제개방, 대북 제재 완화 등 중요 의제를 담판 짓기에 앞서 중국과의 끈끈한 관계를 다시 한번 과시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가 이동할 때마다 선로 통제에 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중국 최대 명절 춘절 연휴가 겹쳐 중국 시민들의 불만도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를 배려했다. 김 위원장이 김 주석이 마오쩌둥을 만났던 것처럼 열차 이동 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