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됐지만 빚 부담은 여전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증가 속도는 소득 증가 속도보다 빨랐다. 대출의 질적 하락 가능성도 제기됐다.
24일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자료를 보면, 2018년 4분기 부채 총액은 1534조6000억원을 기록해 같은 해 3분기보다 20조7000억원 늘었다. 이는 같은 해 3분기(21조5000억원), 2017년 4분기(31조6000억원)의 전분기대비 증가 규모보다 감소한 숫자다.
부채 증가율은 1년 전보다 5.8% 늘었다. 2014년 2분기(5.7%) 이후 4년2개월 만에 최저 증가율을 기록했다. 부채 증가율은 부동산 규제 완화와 낮은 기준금리의 영향으로 2015년(10.9%)과 2016년(11.6%)에 정점을 찍은 뒤 2017년(8.1%)부터 둔화됐다. 지난해 증가율은 전년 대비 2.3% 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증가율 감소로 빚 부담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소득 증가율은 ‘빚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지난해 4분기 가계 소득은 1년 전보다 3.6%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이자비용은 24.1%나 늘었다. 이자비용이 소득보다 증가율에서 6.7배 빠른 셈이다.
가구당 부채도 늘어났다. 통계청은 지난해 전체 가구 수를 1975만2000개로 추산했다. 지난해보다 1.2% 늘어났다. 반면 지난해 가구당 부채는 7770만원으로, 4.6%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구당 부채가 가구 수보다 증가율에서 3.8배 빠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출의 질적 하락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규제로 제도권 금융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저신용·저소득자의 대출이 통계에 잡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은의 가계부채 자료는 은행, 보험,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대부업체, 신용카드(판매신용)가 총괄적으로 반영된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난 2016~2017년보다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여전히 웃돌고 있다”며 “절대수준 자체도 상당히 높아 가계부채 증가율을 계속 관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