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원거리 딜러는 LoL에서 가장 믿음직한 승리 보증수표다. 최근 킹존 드래곤X ‘데프트’ 김혁규의 활약상이 이를 입증한다. 올 시즌 김혁규는 매 게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후반 캐리력을 뽐내고 있다. 김혁규의 등에 올라탄 킹존은 ’서부리그’ 안정권인 4위로 도약했다.
킹존은 23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19 스무살우리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대0으로 이겼다. 킹존은 이날 승리로 6승4패(세트득실 +4)를 누적, 한 경기 덜 치른 담원 게이밍(5승4패 세트득실 +4)을 제쳤다.
두 세트 모두 김혁규의 활약이 눈부셨다. 먼저 킹존의 상체가 최전방 전선을 구축했다. 김혁규가 안정적인 자리에서 맹공을 가했다. 김혁규와 멀리서 대면한 샌드박스 병력은 곧 넥서스와 함께 산화했다. 이날 김혁규는 1세트 자야로 8킬 1데스 8어시스트를, 2세트 이즈리얼 2킬 노 데스 8어시스트를 기록해 세트 MVP를 독식했다.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기승전→데프트 캐리’는 올 시즌 킹존의 대표적 승리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3일 젠지전(2대1 승리)과 21일 진에어 그린윙스전(2대0 승리)에서도 김혁규가 게임을 마무리짓는 그림이 나왔다. 현재 김혁규는 LCK의 대표 엔딩요정이다.
“상체가 살아나면서 우리만의 색깔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샌드박스전을 마친 뒤 국민일보와 만난 김혁규는 상체 삼인방의 기량 회복이 상승세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밴픽에서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잘 버텨주는 등 상체가 굉장히 잘해주고 있다”며 “오늘도 ‘폰’ 허원석이 1, 2세트 모두 ‘순간이동’으로 도움을 주거나 라인 주도권을 잡아줬다. 바텀 듀오 입장에서는 편하게 2-2 구도만 생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요즘 계속되는 맹활약으로 인해 ‘데프트 엔딩’이라는 유행어가 생긴 것을 알고 있는지 묻자 김혁규는 겸연쩍다는 듯 웃었다. 그는 “원거리 딜러 자체가 후반으로 갈수록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라며 “2-2 대결이나 정글러 개입 정도만 생각하면서 게임할 수 있게끔 상체가 잘 만들어줬다. 라인전에 자신이 있어서 (승리를) 쉽게 가져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이 후반으로 이어지면 원거리 딜러가 잘 성장한 팀이 이길 수밖에 없다. 굳이 우리 팀이 아니어도 후반까지 경기를 끌고 가는 팀이라면 원거리 딜러들이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원거리 딜러 자체가 후반으로 갈수록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다.”
3경기 연속 자야 플레이…“치명타 원딜은 다 자신 있어”
김혁규는 지난 15일 한화생명e스포츠전과 21일 진에어전, 그리고 이날 샌드박스전까지 3경기 연속으로 자야를 플레이했다. 첫 코어 아이템으로 ‘정수약탈자’를 구매하는 자야는 카이사 너프 이후 그의 새로운 시그니처 픽으로 떠올랐다.
김혁규는 자야와 관련해 “라인전을 무난히 플레이할 수 있고, 게임이 후반부에 접어들었을 때 생존기와 딜링 측면에서는 어떤 원거리 딜러 챔피언 상대로도 안 밀린다고 생각한다”며 “중반부에 상체 쪽에서 잘 버텨준다면 굉장히 좋은 픽”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자야 외 다른 원거리 딜러 챔피언에 대한 자신감 또한 내비쳤다. 김혁규는 “자야 뿐만 아니라 치명타류 원거리 딜러 챔피언은 다 자신이 있다”며 “그때그때 상대방의 조합에 따라 꺼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샌드박스가 우리보다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시즌 두 번째 경기이기도 했던 샌드박스와의 1라운드 맞대결에서 패배한 바 있는 킹존은 이날 승리로 복수에 성공했다. 김혁규는 이와 관련해 “우리보다 위에 있는 팀을 이겨 기분이 좋다. 1라운드 복수를 해서 더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1라운드 경기 패배 직후 샌드박스 측에서 ‘킹강아(킹존은 강팀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은 우리 스스로도 강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샌드박스에 졌을 때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다. 샌드박스가 우리보다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이겼으니 할 말이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김혁규는 “1라운드에 잃은 승점이 많다. 현실적으로 1~2등을 노리기는 힘들 것 같다”며 “3~4위권으로 올라가고 포스트시즌 전까지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실력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규 시즌 순위는 포스트시즌 순위에 비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혁규는 팀이 실수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도 그렇고, 중간중간 실수가 많이 나왔다. 유리한 경기를 실수 없이 끝내는 건 항상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저도 오늘 중간에 실수를 했다. 저부터 실수를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