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오후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을 떠나 북·미 2차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로 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4일 “김정은 위원장이 탄 전용열차는 당과 정부, 무력기관 간부들의 뜨거운 바래움을 받으며 23일 오후 평양역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김영철 리수용 김평해 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김 위원장 수행단에 포함됐다고 중앙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는 언급하지 않았다. 리설주 여사가 동행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와의 ‘세기의 퍼스트레이디 외교’는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23일 오후 10시30분쯤 중국 단둥 역을 통과했으며 24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열차가 중국 대륙을 관통해 평상시 속도로 달린다면 26일 오전 베트남 국경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베트남 당국은 베트남 북부 랑선성 동당시와 하노이를 잇는 국도 1호선 170㎞ 구간에 대해 26일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도 광저우 등 일부 지역 열차노선에 대한 통제에 나섰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베트남 도로총국은 오는 25일 오후 7시(현지시간)부터 26일 오후 2시까지 랑선성 동당시∼하노이 구간 도로에서 10t 이상 트럭과 9인승 이상 차량통행을 금지하기로 했다. 26일 오전 6시~오후 2시까지는 모든 차량의 통행이 전면 금지된다. 통행 금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육로로 베트남에 입국할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한다.
베트남 외교부는 “김정은 위원장이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수일 내에 베트남을 공식 방문할 것"이라고 23일 확인하기도 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특별열차를 이용해 26일 오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한 뒤 승용차로 갈아타고 국도 1호선을 따라 하노이까지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당역에서 하노이까지는 기차보다는 승용차로 이동하는 게 빠르다. 도로를 통제하고 승용차로 달리면 동당역~하노이 구간은 2~3시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현지 언론들은 22일 저녁 이런 소식을 보도했다가 당국의 지시로 일제히 기사를 내렸다. 동당역은 최근 보수공사를 이유로 역사 출입이 차단됐으며,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지난 17일 이 역을 방문해 둘러봤다.
AFP 통신은 김 위원장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이 있는 박닌성과 꽝닌성을 찾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박닌성은 교통을 통제하는 베트남 국도 1호선 선상에 있다. 김창선 부장은 동당역을 방문한 지난 17일 박닌성 삼성전자 공장 주변도 함께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가 내려다보이는 중롄호텔은 이날 오전부터 예약을 받지 않아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 이동이 임박했음을 예고했다. 중롄호텔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열차가 국경을 통과할 때는 투숙 예약을 받지 않았다. 단둥 지역의 곳곳의 경비도 삼엄해졌다.
김 위원장 특별열차는 26일 오전쯤으로 베트남 국경 통과가 예상된다. 평양에서 베트남 하노이까지 4000㎞가 넘는데다 김 위원장 특별열차의 속도가 시속 60~70㎞인 점을 감안하면 베트남까지 60시간 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중간에 베이징이나 광저우 등에서 잠시 멈춰 중국측 관계자들과 만날 수도 있지만, 반나절도 지체하지 않고 줄곧 쉼 없이 이틀 반을 달려야 예정된 시간에 베트남에 도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 위원장을 태운 열차는 베이징과 우한, 창사, 광저우, 난닝을 거쳐 베트남 국경을 넘게 된다. 광저우에는 23일부터 25일까지 일부 열차가 운행을 일시 정지한다는 통지가 하달됐고, 베트남과 중국 접경 지역 핑샹으로 이어지는 난닝~핑샹 노선도 48시간 내 설비 검사를 완료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베트남 방문시 철도를 이용하면 귀국할 때는 전용기를 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왔던 길을 다시 거슬러 평양으로 돌아간다면 무려 5일 넘게 기차 안에서 지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갈 때도 열차를 타고 광저우 등 몇 곳을 시찰한 뒤 베이징에 들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등의 강행군을 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2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할 때 무려 24일 동안 열차로 왕복한 적이 있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고 김일성 주석은 1958년 베트남 방문 당시 평양에서 열차를 타고 중국 베이징과 우한을 거쳐 광저우까지 이동한 뒤 하노이까지는 항공기를 이용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