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에 나오는 당권주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두고 각자 다른 입장을 보이며 ‘3인 3색’을 연출하고 있다.
유력주자인 황교안 후보는 가급적 박 전 대통령 탄핵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피하고 보수 통합에 방점을 찍으며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각종 연설에서 ‘탄핵을 인정해야 한다’ ‘박근혜를 넘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펴며 개혁 보수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진태 후보는 태극기 집회(탄핵 반대 집회) 참석 이력 등을 강조하며 보수 색채 강화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황 후보는 22일 수도권·강원 합동연설회까치 포함해 총 네 차례 치러진 권역별 합동연설회에서 단 한 번도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21일 부산 합동연설회와 이날 합동연설회 이틀 연속으로 기자단의 질의응답도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대신 연설에서 문재인정부의 경제·안보 실정 등을 부각하면서 “이 정권의 국정농단을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후보는 21일 KBS 주관 토론회에서는 탄핵의 도화선이 된 최순실씨의 태블릿 PC와 관련해 ‘태블릿 PC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김 후보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김 후보가 이 문제를 계속 묻자 “왜 2년 동안 이 문제에 매여있는가”라며 “미래로 나가자”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유력주자인 황 후보가 중도나 개혁 보수 성향 표심들을 지키기 위해 탄핵 관련 입장 표명을 가급적 피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오 후보는 지난 14일 대전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부터 “내년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이 화두가 된다면 우리는 필패”라며 연일 탄핵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수도권·강원 합동연설회에서 “한국당이 반성 없이 탄핵을 부정하고, 우리를 따르라고 하면, 국민은 또다시 분노하고 우리를 심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도 수도권 선거를 강조하면서 “박 전 대통령과 더 가깝다고 하면 일반 국민들이 표를 주시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관계자는 “일부 태극기 세력의 반발과 비난에도 오 후보가 계속해서 탄핵 문제를 언급한 것은 황 후보를 자극하는 동시에 전대 이후에도 수도권과 합리적 보수 세력의 맹주 역할을 하겠다는 포석이 담겼다”고 분석했다.
김 후보는 오 후보와 정반대로 탄핵 반대 입장을 선명히 해왔다. 그는 네 차례의 합동 연설회에서 ‘탄핵’이란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수차례 “촛불에 놀라 다 도망갈 때 누가 당을 지켰느냐”며 “지난 2년간 50회 장외투쟁을 했다”고 강조했다. 태극기 집회 참석 사실을 부각시킨 것이다. 김 후보는 TV토론회에서도 여러 차례 황 후보를 향해 탄핵과 관련된 입장을 묻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김 후보로서는 유력주자인 황 후보 표를 빼앗아오기 위해서는 황 후보의 탄핵에 대한 모호한 입장을 공격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