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계 문익점인가 산업 스파이인가… ‘간장 명인’ 시끌

입력 2019-02-23 00:03

평생 ‘간장 공장 공장장’으로 살다 ‘간장 명인’이란 칭송을 얻은 뒤 지난 13일 세상을 떠난 고(故) 오경환 샘표식품 부사장의 생전 행적을 놓고 일부 일본 네티즌들이 비판하고 있다. 고인이 생전 일본 유명간장제조업체를 견학하면서 숨을 크게 들이쉬는 방법으로 코 속에 포자를 숨겨 나왔다는 일화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리 네티즌들은 “간장계의 문익점”이라며 칭찬하고 있지만 일본 네티즌들은 “산업스파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일본 네티즌들은 지난 21일 일본의 인터넷 매체가 ‘최근 숨진 한국의 간장 명인이 일본에서 간장 비법을 빼내간 것을 놓고 한국에서 찬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는 기사를 내자 이를 돌려보며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고인은 2011년 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일본 유명 간장제조업체에서 포자를 빼온 일화를 소개했다.

일본 ‘야마사’의 곰팡이가 궁금했던 고인은 메주를 띄우는 방인 누룩실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지만 야마사는 이를 번번이 거절했다. 당시 간장 제조업체의 기술은 일본이 한국을 크게 웃돌았다.

간장 맛은 콩으로 만든 메주에 피는 곰팡이가 결정한다. 곰팡이가 콩을 효소로 분해하면서 아미노산이 발생하는데 이 아미노산의 양에 따라 간장 맛이 달라진다. 즉 곰팡이가 간장 회사의 영업 기밀인 셈이다.

고인의 간절한 부탁에 야마사는 결국 누룩실 문을 열었다. 고인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곰팡이 씨앗인 포자를 코 안에 가장 많이 담기 위해 최대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고 한다.

고인은 누룩실에서 나오자마자 호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코를 풀었다. 그리고 이를 고이 들고 귀국해 분석을 거듭한 끝에 야마사 곰팡이균의 비밀을 풀어냈다.

오 부사장은 1978년 샘표해 입사해 41년간 간장 외길을 걸었다. 2001년부터 공장장이 돼 18년간 간장 생산에 매진했고 지난해 12월엔 부사장이 됐다. 2001년엔 제조가 까다로운 전통 한식간장인 조선간장을 양산하는데 성공했다.

고인은 생전 식품안전과 품질 개선에 이바지한 공로로 지난해 3월 상공의 날 국무총리 포상을 받았다. 2006년 2월엔 식품위생의 날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2004년 6월엔 환경의 날 환경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그의 기사를 본 5CH(5채널) 네티즌들의 반응은 차갑다.

“콧물 맛 간장입니까?”
“여기까지는 용서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왜 이런 놈들이 반일하느냐는 것입니다”
“한국인 아저씨의 콧물에서 추출한 간장을 먹는다니”
“저걸 자랑하다니. 뻔뻔하네요”
“한국에는 간장의 역사가 없었다고 똑똑히 한국 교과서에 써라”

“한국을 보면 도둑이라고 생각된다”
“애국 무죄인가”
“산업스파이 아닌가”
“한국 간장은 콧물이 기원”
“온도나 습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누룩 곰팡이 자체는 기밀이 아닐 것 같은데”

“창의적인 도둑질이군”
“호의로 견학시켜줬는데 기업 비밀을 도용하다니!”
“도둑질이 자랑스럽다고? 이것이 한국이다”
“훔쳐서 보람을 느낀다니.”

모두 비판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치 있는 행동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당시엔 이런 것에 대한 법률이 없었겠지. 그러니 도둑질은 아니다”
“기회를 재치로 살린 이 부사장을 칭찬해야 한다. 오히려 그런 곳에 외부인을 들인 회사가 바보지”
“일본인이 멍청한 거죠”

“그런 재치가 있는 민족이 왜 스스로 개발하지 않은 거야? 머리 사용법이 다르다”
“임진왜란에서 여자나 어린이를 살해하고 도공 장인을 납치해온 일본보다 훨씬 낫다”
“일본은 조선에서 문자, 불교, 벼농사, 율령, 철기, 청동기. 젓가락, 무술을 훔쳐왔다. 피차일반”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