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미국 그랜드캐니언에서 추락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동아대 학생 박준혁(25)씨 가족이 박씨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그의 병원비를 세금으로 지원하지 말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어 현재 박씨의 상태, 귀국 일정 등이 세세하게 보도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22일 오후 대한항공 항공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당초 억대 비용이 드는 환자 이송용 전용기를 타고 들어오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면서 대한항공 측이 항공기 좌석 8개를 터 박씨가 누울 침대와 의료 장비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2500만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항공 운임은 전액 대한항공 측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의식불명 상태였던 박씨는 현재 의식을 회복해 혼자 음식을 먹고 ‘엄마’와 같은 간단한 단어를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직후 박씨의 가족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병원비만 10억원이 넘고 이송비용이 2억원에 달한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현재 복합골절과 뇌출혈 등으로 수술을 받은 박씨에게 청구된 금액은 7억5000만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 모교인 동아대를 비롯해 독지가들도 온정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온라인에서는 국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박씨 가족에 대한 비난여론이 커지기도 했다. 캐나다 유학을 보낼 정도의 넉넉한 형편에다 박씨 아버지가 사업체를 운영한다는 글까지 돌면서 “사고를 당한 사실은 안타깝지만 무턱대고 세금을 지원해달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논리였다.
이에 대해 박씨 아버지 A씨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절대 부잣집이 아니다”라며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유학도 어렵게 보냈다. 정말 돈이 많았다면 아들이 현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겠느냐”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크게 다친 것도 힘들지만 가족을 향한 비난이 커 견디기 쉽지 않다”며 “아들의 귀국을 끝으로 관심을 거둬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