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 한 고등학생이 동급생에게 폭행을 당해 췌장 일부를 절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가해 학생 측이 반성없이 뻔뻔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호소하면서 가해자의 친척 중 고위직 공무원이 있어 재판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생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은 22일 오전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동의를 얻었다. 청원이 올라온 지 4일 만이다.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어머니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 내용에 따르면 A군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급생 B군으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했다.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아들은 키 167㎝에 50㎏이 되지 않는 왜소한 체구이고, B군은 격투기를 오래 연마하고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원에 따르면 A군은 폭행 이후 위험한 수술을 받으며 생사를 오가는 시간을 견뎠다. 간신히 목숨은 부지했으나 췌장 일부를 절단해야만 했다. A군 어머니는 “아들을 간호하느라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1년을 힘들게 보냈는데 가해 학생은 SNS에 사진을 올리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등 너무나도 편하게 살고 있다. 부모 역시 사과 한 번 없이 내가 올린 탄원서가 위조가 아니냐며 필적감정까지 하고 있다. 가해학생과 그 부모는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 ‘1500만원에 합의하실래요’ 따위의 말을 했다”고 격분했다.
특히 그는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고위직 소방 공무원이고 큰아버지가 경찰의 높은 분이어서 그런지 성의 없는 수사가 반복됐다. 결국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고작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고 주장했다.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지난해 4월 2일 접수됐다. 당시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적용한 혐의는 폭행치상이었다. 5월 초 사건이 검찰에 송치됐고 혐의는 상해로 변경됐다. A군 어머니가 주장한 살인미수 혐의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B군은 지난해 3월 31일 오후 6시쯤 학교 밖에서 동급생인 A군과 어깨가 부딪히자 그의 배를 무릎으로 한 차례 가격해 상처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이후 재판에 넘겨져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160시간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항소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후 가해 학생은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처분을 통해 현재 의정부 외 지역으로 전학했다. 피해 학생은 현재도 일주일에 1회 병원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청원이 화제를 모으자 가해 학생의 아버지는 이튿날인 19일 ‘이 세상 둘도 없는 악마와 같은 나쁜 가족으로 찍혀버린 가해 학생의 아빠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사건은 진실공방 양상으로 비화됐다.
가해 학생 아버지는 피해 학생 어머니 청원 내용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사건 이후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고, 무릎을 꿇고 진실되게 사과했으며, 무차별 폭행이 아닌 우발적으로 복부를 가격했다는 취지다. 아울러 자신은 고위직 소방 공무원이 아니고, 가해 학생의 큰 아버지 역시 경찰이 아닌 일반 회사원이라고 정정했다.
최해영 경기북부경찰청장은 20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경찰이 모든 사안을 따져 수사를 성의 있게 진행했다”며 “피해자 어머니의 하소연 글을 본 뒤 상황을 파악해봤는데, 수사 당시 국가기관에서 피해자에게 2000만원 이상 피해보상금을 지원해줬다. 합의가 잘 안 돼서 감정싸움으로 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