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CCTV 100대 분석, 네티즌은 전단지 제작… 치매 노인 구조작전

입력 2019-02-22 10:29 수정 2019-02-22 13:21
KBS 화면 캡처

서울 관악구에서 실종된 70대 치매 노인이 이틀 만에 광명에서 구조돼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이 직접 전단지를 만들어 뿌리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해 훈훈함을 안겼다.

21일 경기 광명경찰서에 따르면 17일 오후 9시쯤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근처에서 부인, 딸과 함께 있던 A씨(72)가 실종됐다. 부인과 딸은 근처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오토바이 운전자를 돕고 있었다. 가족들이 A씨를 살피지 못한 1~2분 사이 그대로 실종됐다. A씨는 3년 전부터 치매를 앓아와 스스로 집에 귀가할 수 없는 상태였다.

KBS 화면 캡처

가족은 관악경찰서에 실종 신고를 하는 한편, 실종 지점 인근 구석구석을 뒤졌다. A씨의 아내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실종 당일) 밤새 관악구를 다 뒤졌다”며 “또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에 골목골목 다 찾았다”고 말했다.

KBS 화면 캡처

신고를 접수한 관악경찰서는 주변 CCTV를 분석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인근 CCTV 100여 대를 뒤져 그가 버스에 타는 걸 찾아냈지만 어떤 버스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경찰은 같은 시각 주변을 지났던 버스 10대를 추려낸 뒤 9-3번에 탑승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A씨가 버스 종점인 경기도 안양에 내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관악경찰서는 안양경찰서에 공조요청을 했다. 안양경찰서에서 수사한 결과 그는 안양과 광명 사이에 위치한 충훈대교에서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KBS 화면 캡처

사건은 다시 광명경찰서 관할로 넘어갔다. 이 때는 A씨가 실종된 지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다. 사건이 위급하다고 판단한 광명경찰서는 실종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청소년과 직원 11명에 파출소 직원 6명까지 모두 17명을 동원해 충훈대교 인근 수색에 나섰다.

경찰관계자는 “날씨가 매우 추워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생명이 위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KBS 화면 캡처

경찰은 수색 3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7시44분쯤 충훈대교 아래 서해안고속도로 주변 수풀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A씨를 발견했다. 그는 근처 밭을 지나다가 미끄러져 굴러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다행히 머리 쪽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다만 탈진·탈수 증세를 보여 현재 입원 치료 중이다.

KBS 화면 캡처

경찰 관계자는 “최근 눈이 내려 A씨의 옷이 젖은 상태였다”며 “발견이 하루만 늦었어도 위험할 뻔했는데 무사히 찾게 돼 다행”이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네티즌의 도움이 따뜻함을 안겼다. A씨의 가족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네티즌은 직접 전단지를 만들며 A씨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