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프릭스 탑라이너 ‘기인’ 김기인이 역대급 게임 캐리를 선보였다.
아프리카는 21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19 스무살우리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정규 시즌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샌드박스 게이밍에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뒤늦게 시즌 3승(6패 세트득실 -8)째를 신고한 아프리카는 7위 자리를 굳혀 강등권에서 달아났다.
이날 아프리카가 ‘돌풍의 팀’ 샌드박스를 꺾을 거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아프리카는 최근 3경기 연속으로 0대2 완패를 당하며 최악의 부진에 빠진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날도 1세트부터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2세트에도 상대의 내셔 남작 사냥을 허용해 미드 억제기를 잃는 등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그런 아프리카를 승리로 이끈 것이 김기인이었다. 김기인은 이날 2세트에서 그야말로 LCK 역사에 남을 만한 원맨 게임을 펼쳤다. 아프리카는 김기인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달 30일 이후 처음으로 세트승을 맛봤다. 모처럼만에 활기를 되찾은 아프리카는 이어지는 3세트에서 5인 전원의 활약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2세트에 제이스를 선택한 김기인은 ‘서밋’ 박우태(우르곳)를 초장부터 거세게 압박했다. 팀원의 도움을 받아 박우태를 두 차례 처치한 그는 17분 솔로 킬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22분에는 탑 순간이동으로 ‘도브’ 김재연(조이)을 쓰러트려 모래상자의 온도를 순식간에 낮췄다. 그는 해당 세트에 8킬 2데스 8어시스트, 94%의 킬 관여율을 기록했다.
김기인의 슈퍼 플레이는 족족 아프리카가 전리품을 챙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가 탑에서 상대를 불러들인 뒤 살아남았을 때 아프리카는 드래곤 버프를 챙길 수 있었다. 그가 바텀에서 슈퍼 플레이를 펼쳤을 때 아프리카는 협곡의 전령을 사냥할 수 있었다. 그가 솔로 킬을 땄을 때 아프리카는 미드 1차 포탑을 부술 수 있었다.
김기인은 이날 승리의 공을 팀원에게 돌렸다. 경기 후 기자실을 찾은 김기인은 “솔로 킬은 팀원들이 제 뒤를 많이 봐줬기에 나온 것이고, 저는 당연히 해야 할 플레이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팀원들이 다이브도 많이 해주고, 제 쪽에 시야도 많이 먹어줬다”며 판을 깔아준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하지만 김기인이 이날 아프리카의 역전을 이끈 일등공신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김기인은 이날처럼 불리한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하는 선수다. 그는 좀처럼 평정심을 잃는 법이 없는 성격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단단한 멘털이야말로 김기인의 장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 정신력과 집념이 이날 슈퍼 캐리로 이어졌다.
메타를 가리지 않는 다재다능함 역시 그의 장점으로 꼽히는데, 여기에는 옛 슈퍼스타들의 특징과 강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옛 경기를 시청하는 것은 김기인의 평소 취미 중 하나다. 김기인은 “대부분 재미를 위해서 보는 것”이라고 했지만, 때로는 여기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그는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한 팀의 공격적 스타일을 보고 참고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바텀 챔피언인 베인으로 미드라인에 서서 세트 MVP까지 받았던 김기인이다. 워낙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선수이기에 최근 LoL 커뮤니티에서는 ‘기인이 5명이면 그리핀도 이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나온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기인은 이 난제(5기인 對 그리핀)에 대해 “그리핀이 이긴다”고 ‘기인피셜’로 선을 그었다. “저는 저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김기인은 21일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났다. 그는 아프리카의 2라운드 대비와 관련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웬만해선 다 정해진 것 같다. 이제 피드백을 듣고 바꾸기보다는 알아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요즘 연습을 하면서 게임이 생각대로 안 풀리면 조금 급해짐을 느낀다. 그런 부분을 고치겠다”고 자신의 발전 방향 또한 밝혔다.
또 “기세의 중요성을 알았다”는 김기인은 오는 24일 열리는 2라운드 첫 경기 한화생명e스포츠전을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요즘 경기력이 좋지 못했기에 팬들께 죄송하다. 2라운드에는 더 나은 경기력으로 돌아오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