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소득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내용을 담은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발표하자, 기획재정부는 한 시간 뒤 ‘참고자료’를 내놓았다. 일종의 해명성 자료였다.
소득양극화가 심해진 것은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과 기저효과 등 일시적 요인까지 작용한 결과라는 설명이었다. 또한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도 증가하고 있고 근로소득 역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통계청이 ‘물컵에 물이 절반만 있다’고 발표하자, 기재부가 ‘물컵에 물이 절반이나 있다’고 해석하는 식이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는 최악의 소득양극화를 수치로 보여줬다.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가 4분기 동안 월평균 932만4000원을 벌어들일 때,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월평균 소득은 123만8000원이었다. 7.5배 차이다.
기재부는 ‘관행’대로 통계청 자료 배포 한 시간 뒤에 참고자료를 내놓았다. 기재부는 참고자료에서 소득양극화보다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의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국 가계의 실질소득은 2012년 4분기 이후 최대폭인 1.8% 증가해 5분기째 증가행진을 이어갔다.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도 증가하고 있고 근로소득 역시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도 했다.
기재부는 소득양극화 심화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과 취약계층의 고용부진 영향에 기저효과 등 일시적 요인까지 작용하면서 저소득층 소득이 크게 감소했다는 설명이었다.
기재부에 따르면 근로 능력이 취약하고 소득수준이 낮은 고령가구의 비중이 확대됐다. 전체 가구 중 70세 이상 가구주의 비중이 2016년 10.7%였던 것이 지난해엔 13.0%로 2.3% 포인트 늘어났다. 1분위 가구 중 70세 이상 가구주의 비중은 같은 기간 37.0%에서 42.0%로 5.0% 포인트 증가했다. 쉽게 말하면 1분위 가구에서 고령가구의 비중이 더 빨리 늘어났다는 의미다.
1분위 내 무직가구 비중이 급증한 것도 문제였다. 이 기간 임시·일용직이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고용 부진이 심화됐다.
기재부는 기저효과도 소득양극화가 심화된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 2017년 4분기 소득이 근로소득(20.7%)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해 지난해 4분기 1분위 소득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점잖은 해명’과는 달리 기재부는 이날 오전 긴박하게 움직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소득분배와 관련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가계동향조사 결과와 이에 대한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분배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정책의 집행에 매진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또 소득분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고령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 소비패턴 및 일자리 수요 변화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활력 제고, 규제개혁, 산업혁신 등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