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사령탑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평소 다혈질 성격의 소유자로 유명하다. 그의 거침없고 직설적인 성격이 다시 한번 경기장에서 드러났다. 21일(한국시간) 새벽 펼쳐졌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다. 하반신에 두 손을 모으고 흔드는 민망한 세리머니를 펼쳤다.
논란의 세리머니는 후반 32분, 호세 히메네스의 선제골 상황에서 터졌다. 팽팽하던 0-0의 흐름을 깨는 천금 같은 득점이었다. 코너킥으로 높게 올라온 볼을 알바로 모라타가 헤더로 잡아내며 띄웠고, 이 볼은 유벤투스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에게 향했다. 만주키치에게 맞은 공은 또다시 유벤투스 수비수 레오나르도 보누치에게 전해졌고, 보누치가 쓰러지면서 걷어낸 볼은 뜻하지 않게 히메네스에게 향했다. 히메네스는 이를 침착하게 낮게 깔아 차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혼전 상황에서 끝까지 볼을 놓치지 않은 집중력이 돋보였다.
시메오네 감독은 격해진 감정을 온몸으로 토해냈다. 코치,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기 직전 두 손을 중요 부위에 손을 갖다 댄 채 관중석을 향해 격하게 흔들었다. 외신들도 이 장면에 주목했다. 미국 폭스스포츠는 “시메오네보다 승리를 기뻐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보도했다.
시메오네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논란의 ‘19금 세리머니’에 대해 설명했다. “과거 라치오(이탈리아)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시절 득점을 했을 때 했던 세리머니”라며 “남자답게 싸웠다는 의미였다”고 주장했다. 상대방을 도발할 목적이 아닌 관중석에 있던 홈팬들과 유쾌하게 기쁨을 나눴다는 얘기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좋은 제스처는 아니었다. 하지만 우린 정말 힘든 경기를 했기 때문에 이런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다”면서도 “혹시 불쾌한 이들이 있었다면 사과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아틀레티코는 시메오네 감독의 격렬한 세리머니가 터진 히메네스의 선제골 이후 후반 38분 디에고 고딘이 다시 한번 세트피스에서 쐐기 골을 기록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승리로 다음 달 13일 펼쳐지는 2차전에서 한 점 차 패배를 하더라도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