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를 이끄는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의 마음은 더없이 심란할 수밖에 없다. 성적 부진, 선수들의 항명, 태업 논란 속에서 경질이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지네딘 지단, 프랭크 램파드와 같은 차기 감독 후보군까지 거론됐다. 사리 감독 못지않게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있다면 조르지뉴와 곤잘로 이과인일 것이다.
조르지뉴와 이과인 모두 과거 사리 감독이 이끌던 SSC 나폴리(이탈리아)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나폴리에서 ‘사리볼’로 불렸던 사리 감독의 축구 철학을 함께 구현하며 팀의 중흥기를 이끌었다. ‘사리볼’은 짧은 패스를 통해 많은 볼 소유를 하고 수비 시에는 높은 라인부터 강한 전방 압박을 구사하는 사리 감독 특유의 전술을 뜻한다.
조르지뉴는 이런 ‘사리볼’에서 4명의 수비라인 앞에 위치해 볼을 전방으로 배달하는 후방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했다. 이과인은 사리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15-2016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36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을 차지했다. 1929년 세리에A 출범 이래 단일 시즌 최다 골이다. 이들 모두 사리 감독이 이끌던 나폴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퍼즐이었다.
자연스레 사리 감독은 지난여름 첼시 지휘봉을 잡은 뒤 둘과의 재회를 위해 노력했다. 전임 감독인 안토니오 콘테와 전혀 다른 자신만의 축구를 하기 위해 팀이 바뀌는 과정에서 유연제는 꼭 필요했다. 그 결과 조르지뉴와 이과인을 지난 여름 이적시장과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차례로 데려왔다. 조르지뉴는 사리 감독과 다시 함께하기 위해 맨체스터 시티의 이적까지 포기했다.
사리 감독은 이들 모두 곧바로 첫 경기부터 기용하며 신뢰를 드러냈다. 사리 감독은 지난 3일 프리미어리그 허더즈필드전(5대 0승) 이후 “이과인이 경기장에서만큼은 내 아들이었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던지며 특별한 사랑을 드러내기도 했다.
조르지뉴에 대한 사랑도 특별했다. 기존에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은골로 캉테의 위치를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면서까지 나폴리에서 활약하던 포지션을 맡겼다. 조르지뉴로 인해 전술적 이유로 희생된 선수는 캉테만이 아니었다. 로스 바클리와 마테오 코바시치 역시 백업 요원으로 전락하며 벤치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최근 첼시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본머스에 0대 4, 맨시티에 0대 6 참패를 당한 데 이어 지난 1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0대 2로 패해 FA컵에서 탈락하자 캉테를 본래 포지션으로 회귀시키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르지뉴는 높은 라인에서 펼쳐지는 상대의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하며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급기야 팬들은 사리 감독과 조르지뉴를 퇴출하자는 시위까지 하고 나섰다.
사리 감독만 보고 왔지만 경질위기에 처하며 그들 역시 갈 곳을 잃었다. 사리 감독이 떠나면 조르지뉴는 캉테에 의해 본래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 이과인 역시 마찬가지. 그의 임대 기간은 이번 시즌까지다. 시즌 종료 후 3600만 유로(약 458억원)에 그를 완전히 품을 수 있는 조항이 있으나 30대 노장들에게 거금을 들이지 않는 것은 첼시의 오랜 구단 방침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자리한 이상 본래 소속팀 유벤투스(이탈리아)로 돌아갈 수도 없다. 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 끝에 있는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