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년 전만해도 애물단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던 석문산단은 1년 사이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위상이 달라지며 세간의 주목받고 있다.
석문국가산업단지는 주거면적을 포함해 약 363만 평(1,201만2,000㎡) 규모로 2015년 조성이 마무리 됐다. 지난 1989년 정부의 제8차 산업정책심의회에서 석문간척지 일부지역에 공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이후 1991년 12월 국가공업단지 지정에 이어 1994년 9월 건설부 승인을 받아 조성공사가 시작된 지 21년 만이다.
중국과의 최단거리, 수도권과도 70㎞에 불가한 지리적 이점으로 석문산단은 개발당시부터 서해안 중부권 개발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석문산단이 걸어온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1990년대 후반 IMF 구제금융 신청과 2000년대 외환위기가 이어지면서 개발은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개발 이후에도 수도권 규제 완화라는 직격탄에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방자치단체의 지방투자기업 유치에 대한 국가의 재정자금 지원 기준’에 따라 수도권 인접지역으로 분류되면서 타 지역에 비해 낮은 보조금 지원으로 기업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전은 지난해 2월 한국가스공사가 제5LNG기지 건설 장소로 석문산단을 확정되면서 시작됐다. 물론 석문산단에 가장 큰 반전의 계기를 만든 건 수도권 인접지역에서 보조금 우대지역으로의 변경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기준 개정으로 준공된 지 3년째가 되던 지난해 6월 29일부터 석문산단은 지원보조금 중 입지보조금이 중소기업 기준 기존 9%에서 40%로 확대됐으며, 설비투자보조금도 기존 11%에서 24%로 상향됐다.
이후 석문산단의 위상이 달라졌다. 2015년 준공 이후 25%에 머물러 있던 분양율은 지난해 말 기준 33%로 상승했다. 이 무렵 LG화학, 한일화학공업, 기계유통단지가 석문산단 투자를 확정했다. 투자규모만 3000억 원이 넘는다.
지난해 11월에는 송산제2일반산업단지와 더불어 석문산단이 국가혁신융합단지로 지정돼 국내외 기업이 산단 이전이나 공장 신증설을 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의 5대 지원 패키지인 보조금과 세제, 금융지원, 규제특례, 혁신프로젝트를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올해 서해선복선전철 101호 정거장과 석문산단을 연결하는 인입철도가 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조사대상 면제 대상에 선정돼 석문산단의 철도 시대를 예고했다. 라미드 그룹은 2000억 원을 투자해 석문산단 체육시설 용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과 복합리조트를 건설키로 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견인차 될까?
분명 지난해부터 잇단 호재가 찾아온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지역민들은 그 효과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평이다. 투자가 실행에 옮겨져야 건설경기가 살아나고 공장 가동과 고용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지역경제가 활성화 되었다고 체감하기에는 이르다. 제5LNG 건설을 비롯해 기업들의 투자가 본격화 되고 정부와 시가 계획한 인프라가 갖춰지기 시작한다면 석문산단은 당진의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미래 산업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제5LNG기지의 경우 약 3조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약98만㎡(약30만 평) 규모의 부지에 20만㎘급 저장탱크 10기를 건설하게 된다. 산업연구원의 제5기지 LNG기지 연관산업 유발효과(2017년 6월) 자료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는 충청남도 전체 4조1747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충청남도 1조8756억 원, 고용유발효과 충남도 3만3542명으로 조사됐다.
기존의 삼척기지 사례를 볼 때 제5기지 건설기간 동안 연 투입인원은 10~75만 명으로 예측되고, 2025년부터 상주인원도 25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진시는 제5NLG기지 건설만이 목표가 아니다. 시는 제5LNG기지와 연계해 벙커링 사업을 비롯한 연관 산업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어서 제5LNG기지 건설로 인한 파급효과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시와 200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은 ㈜LG화학은 석문산단에 약23만8368㎡의 부지에 산업용 단열재를 생산하는 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현재 부지 구획 정리를 마치고 연내 공사 착공을 앞두고 있다. 같은 날 시와 협약을 맺은 한일화학공업(주)도 올해 중 5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두 곳의 고용 예정 인원은 3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과 육상 물류의 중심으로
석문국가산업단지는 중국, 수도권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 외에도 바다와 연접한 임해형 융‧복합 산업단지라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곳이다. 제5LNG기지 건설 대상지로 석문산단이 확정된 이유도 해안과 인접해 있어 가스 수송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는 현재 정부의 제4차 항만기본계획에 제5LNG기지와 연계한 7선석 규모의 석문지구 신항만을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석문산단과 인접한 이곳에는 제5LNG기지 운영에 필요한 돌핀부두와 석문산단에서 발생하는 각종 물류를 해상으로 운송할 수 있는 다목적부두가 포함돼 있다. 돌핀부두가 건설되면 제5LNG 생산기지와 연계해 시가 계획하고 있는 서해권역 최초의 LNG 벙커링 산업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석문지구 신항만을 통해 들여온 각종 원료, 자재와 석문산단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은 이르면 2025년부터 국내 다른 지역으로의 운송도 더욱 용이해질 전망이다. 바로 석문산단 인입철도가 있기 때문이다.
석문산단 인입철도는 약 9380억 원을 투입해 서해선 복선전철 101호 정거장과 석문산단을 연결하는 약 31㎞의 단선철도다. 이 철도건설 사업은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돼 예타가 진행 중이었지만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또한 예타에 통과 되더라도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지난 1월 29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석문산단 인입철도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선정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올리게 됐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사업이기 때문에 예산지원 순위에서도 앞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부터 기본 및 실시설계에 들어갈 경우 2022년이면 착공할 수 있어 당초 계획보다 1~2년 정도 단축된 2025년 완공될 것으로 기대된다.
철도와 항만을 연계하면 연간 약 4만대 분량의 화물차량 감소로 교통량 분산과 환경비용 절감이라는 효과는 덤으로 얻게 된다. 또한 충남도에 따르면 철도건설사업 자체만으로도 생산유발효과 3조5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조2000억 원, 고용유발효과 2만8000명에 이른다.
서해기계유통단지(주)가 600억 원을 투자해 석문산단에 4만9500㎡, 지상2층, 14개동 규모로 공작기계와 산업기계 등을 유통하는 단지 조성을 추진하려는 배경에도 편리한 교통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래 신성장 동력 거점으로의 도약
당진시는 석문국가산업단지를 인재양성과 고용, 연구개발, 투자가 선순환하는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갖춘 곳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이미 석문산단에는 충남산학융한본부와 산학융합캠퍼스가 조성돼 첨단기술을 익힌 인재들이 양성 중에 있다.
지난해에는 석문산단이 첨단금속소재산업 초정밀기술지원센터 대상지로도 선정됐는데, 시는 올해부터 총190억 원을 투입해 센터 건립에 착수한다. 센터가 건립되면 초정밀가공장비를 비롯한 총21종의 첨단 공동장비를 이용해 근로자들의 기술 역량을 높이고, 기업들도 이곳에서 신제품을 연구하며 기술 경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
한편 시는 지난해 국가혁신클러스터로 지정된 석문산단을 송산제2일반산업단지와 더불어 수소산업 중심의 신성장 클러스터로 적극 육성할 방침이다. 시와 충남도는 이 두 곳을 수소연료전지차 부품과 수소 충전 기반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수소산업은 지난 1월 17일 정부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수소경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수소경제는 다양한 미래 산업 창출이 가능하고 새로운 고용유발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 등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도 부합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이에 시는 정부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올해 상반기 중 수소 기반산업 육성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해 국가혁신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수소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담아낼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는 올해 패키지형 수소충전 모델 개발과 탄소자원화 수소생산 기술개발 등 수소산업 육성 기반 마련을 위한 실증사업에 나서는 한편 수소차 보급도 확대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천혜의 입지와 편리한 교통망을 갖춘 석문산단은 수소산업 기반의 글로벌 클러스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최근 계속되고 있는 잇단 호재를 바탕으로 석문산단이 지역경제를 넘어 국가경제를 선도해 가는 산업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