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 불신론, 이유는 무관?… 첼시 선수단 보는 하나의 시선

입력 2019-02-21 14:05 수정 2019-02-21 14:29
마우리시오 사리(왼쪽) 첼시 감독이 21일(한국시간) 팀 내 훈련에서 에당 아자르(오른쪽)을 지켜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이 선수단의 신뢰를 잃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승 경험이 없는 그의 지휘 방식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일간 미러는 20일 “사리 감독의 명령은 우승 경험이 많은 첼시 선수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사리 감독이 라커룸 장악력을 잃은 이유 중 하나로 그의 전무한 우승 경험을 꼽은 것이다. 첼시 선수들이 감독 생활을 시작한 이래 아직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한 사리 감독의 방법론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리 감독은 어느덧 사령탑 데뷔 19년 차를 맞는 백전노장이다. 2000년 AC 산소비노(이탈리아) 지휘봉을 잡은 뒤 첼시까지 13개 구단을 지휘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컵은 없다. 지휘봉을 잡았던 구단들 대부분이 중하위권을 맴돌거나 1부리그 밖에 있던 약체였다. 첼시 부임 전 2015년부터 3년간 SSC 나폴리(이탈리아)를 이끌며 자신의 축구 철학으로 대표되는 ‘사리볼’ 열풍을 불러일으켰으나 같은 세리에A 라이벌 유벤투스에 막혀 우승은 좌절됐다.

첼시 선수단은 다르다. 대부분 우승 경험이 있다. 현재 선수단 대부분이 전임감독인 안토니오 콘테와 함께 2년 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페드로 로드리게스는 과거 FC바르셀로나의 황금기를 함께했던 일원이고, 은골로 캉테와 올리비에 지루는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팀 내 고참 선수인 에당 아자르, 게리 케이힐, 다비드 루이스는 2012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이래 첼시의 모든 영광을 함께 했다. 사리 감독이 이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신의 축구 철학만 고집해 충돌했다는 분석이다.

마우리시오 사리 첼시 감독. 게티이미지뱅크

사리 감독은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다. 선수단의 태업, 항명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그라운드 밖에서 시끄럽다 보니 안에서의 성적이 좋을 리 없다. 첼시는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본머스에 0대 4, 맨체스터 시티에 0대 6 참패를 당했다. 이어 지난 1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0대 2로 패해 FA컵에서 탈락했다. 급기야 분노한 팬들은 그의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고, 현지 매체들 역시 사리 감독 경질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미 차기 사령탑 후보군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같은 전술, 같은 선수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 그의 가장 큰 문제로 평가된다. 캉테는 최적의 포지션에서 뛰지 못하고 있다. 로스 바클리와 마테오 코바시치는 둘 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0번씩 교체됐다. 첼시 유소년 아카데미 최고의 산물로 꼽히는 기대주 허드슨 오도이는 경기에 나서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었다. 각기 다른 이유로 많은 선수가 사리 감독과 감정 충돌을 하는 상황. 사리 감독의 단조로운 훈련 방식에 대한 불만까지 터져 나왔다. 구단 수뇌부들에게도 신뢰를 잃었다는 분석이다.

지안프랑코 졸라 수석 코치는 19일 맨유에 패배해 FA컵에서 탈락한 후 사리 감독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 역시 경질 위기에 처한 사리 감독의 뒤를 이을 차기 후보 사령탑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졸라 코치는 차기 감독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펩 과르디올라(맨시티)도 부임 첫해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시간이 필요하다. 사리를 믿어야 한다”며 신뢰를 당부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