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맨발? 안희정 판타지, 민주원이 확산…‘안뽕’ 그룹의 어법 악용”

입력 2019-02-21 12:41 수정 2019-02-21 12:52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뉴시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대책위)가 민주원씨의 2차 폭로 글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안 전 지사의 아내 민씨는 20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남편과 전직 비서 김지은씨는 연애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 1차 글을 올린 지 7일 만이다.

대책위는 21일 오전 페이스북 입장문을 통해 “문자, 카톡, 텔레그램 등 예상했던 것이 그대로 등장했다. 1·2심 과정에서 제출된, 같은 정치 집단 내 있었던 동료들이 피고인에게 제공한 것”이라며 민씨 글을 반박했다.

대책위는 “김씨가 종사했던 곳은 일반 정치집단도 아니고 ‘대권 그룹’”이라며 “‘안뽕’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충성 상태를 독려하고 체크한다. 누군가 ‘힘들다’고 대답하면 큰일 나는 첨예한 인적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오랜 대권주자의 인적 그룹에 투입된, 최측근 수행비서 자리에 발탁된 신입이었다”면서 “‘지사님’에 대해 데면데면하는 건 일을 유지하기로 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위력 성폭력이 이뤄지는 업계에 새로 진입한 사람은 통용되는 어법을 배우고 구사해야 한다”며 “그 어법을 거스르고 정색한 표정으로 얼굴에 ‘나 피해자야’라고 쓰고 살아야 했다고 요구받는다면 어떤 직장 내, 학교 내, 가족 내 성폭력 피해자도 구제받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당시의 환경을 고려하고 판단하는 것이 자유심증주의에서의 논리적 보완”이라며 “항소심 판결도 합리성에 대한 보완 판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집단 내에서 오간 ‘어법’이 이렇게 쓰일 거라고 짐작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 측이, 수직적 분위기에 익숙한 김씨가 피해를 입고도 평소처럼 답장한 메시지를 무기로 ‘불륜 프레임’ 씌우기에 나설 것을 예측했다는 뜻이다.

대책위는 “모두가 서로 자랑하던 안희정에 대한 사랑과 충성이 피해자 혼자의 엽기적 불륜 행각으로 뒤바뀔 거라 예상했지만, 예상한 모습을 그대로 보니 암담함도 든다”며 “무죄가 나올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어떤 날조, 편집, 가짜뉴스 생산도 다 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것이 2심 최후진술에서 ‘대한민국 정치인으로서’ 죄송하다고 한 안희정의 대응이냐”고 반문한 뒤 “‘슬립, 맨발, 연애, 서로 사귀었다’ 등 피고인의 주장을 배우자가 그대로 하고 있다. 피고인의 판타지를 배우자가 확산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민씨는 1, 2차에 걸친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사건은 미투가 아닌 불륜이다. 김씨와 안 전 지사는 연애를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실제로 안 전 지사 부부 침실에 들어갔는지를 두고 진실 공방을 벌인 이른바 ‘상화원 사건’의 리조트 사진, 김씨와 안 전 지사의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공개하며 강도 높은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