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한 ‘갤럭시S10’ 언팩행사에서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Galaxy Fold)'를 발표한 것은 시장 선점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최초의 폴더블폰 타이틀을 중국의 스타트업인 로욜(Royole)에 뺏기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중국의 화웨이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OLED를 생산하고 있는 BOE와 폴더블폰 생산을 위한 협공에 나서기로 했다. 사실상 삼성전자를 겨냥한 선전포고였다.
이날 행사도 중국 기업들이 폴더블폰 시장 공략에 나서자 삼성전자가 선공에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중국의 화웨이를 견제했다. 화웨이는 나흘 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에서 폴더블폰을 공개할 계획이었다.
일본 일간 니케이는 “로욜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삼성을) 따라 잡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화웨이는 우리 뒤에 있다”는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1일 보도했다.
화웨이는 삼성의 행사가 있은 직후 자사 트위터에 MWC에 초대한다며 폴더블폰 이미지를 올렸다. 이름은 ‘화웨이 메이트 플렉스(Huawei Mate Flex)'였다.
시장에선 이미 폴더블폰을 두고 삼성과 화웨이가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화웨이가 제품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능을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일단 공개된 내용만으로 단순 비교하자면 삼성은 중국 기업들이 공개한 것과 확실한 차이를 둔 게 있다. 접는 방식이다. 삼성의 폴더블폰은 책처럼 안쪽으로 접히는 인폴더 형식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폴더블폰들 중에선 유일하다. 반면 중국의 화웨이나 로욜의 경우 아웃 폴더 형식이다. 화면을 바깥으로 접는다.
삼성전자 측은 “폴더블폰의 스크린은 더 쉽게 긁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크기도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가 가장 작다. 화웨이가 8인치, 로욜은 7.8인치이지만 삼성은 7.6인치다.
또 다른 차이점은 5G다. 화웨이는 5G를 호환했지만 삼성은 5G를 결합하지 않았다. 화웨이도 디스플레이보다는 5G를 강조하고 있다.
화웨이가 개발한 발롱(Balong) 5000 5G모뎀 칩은 MWC에서 공개할 폴더블폰에 장착된다. 화웨이는 이 칩을 ‘스마트폰을 위한 가장 강력한 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모뎀칩은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이다. 전화 품질, 음성 및 비디오 연결 및 데이터 전송을 결정한다.
화웨이의 소비자 비즈니스 그룹 CEO 리차드 유는 “발롱5000은 최신 5G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구형 4G, 3G 및 2G 모드를 지원할 수 있다”면서 “전력 효율성은 더 좋으며 대기 시간은 더 낮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5G와의 연동을 과감히 포기했다. 현재까지 폴더블폰에 대한 시장 수요가 나타나지 않은 데다 5G 인프라가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KB증권의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값비싼 5G 모뎁 칩을 폴더블폰에 이식할 경우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폴더블폰의 초기 생산량을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폴더블폰의 시장 잠재력은 높지만 여전히 수요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과 화웨이 모두 100만개 이하로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비즈니스 담당인 고동진 사장은 “고객 반응을 측정하기 위해 1단계로 100만대 정도 생산할 계획”이라며 “연간 수억 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회사로선 그 규모가 매우 작은 것”이라고 했다.
가격은 또 다른 장벽이다.
시장에선 폴더블폰 가격이 250만~300만원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GF증권의 애널리스트 제프 푸는 “삼성전자의 접이식 스마트폰은 약 2300달러(약 258만8650원) 정도가 될 것”이라며 “화웨이도 생산과 재료 비용을 고려할 때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나 화웨이와 달리 샤오미와 LG전자는 후발 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 와이어드지는 샤오미는 웨이보에 프로토 타입을 올렸음에도 삼성이나 화웨이와 달리 시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MWC에서도 이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와이어드지의 설명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