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센터백이 두 골을 합작했다. 최고의 수비와 날카로운 공격 모두 선보이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1일(한국시간) 새벽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2대 0으로 승리했다.
아틀레티코의 홈에서 열린 경기였지만 애초 유벤투스의 우세가 점쳐졌다. 아틀레티코가 최근 극심한 득점력 가뭄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24경기를 치르며 단 17골을 허용하는 짠물 수비를 갖췄음에도 이날 경기 이전까지 득점은 3경기 2골에 그쳤다. 그마저도 앙투안 그리즈만이 홀로 터뜨린 골이었다. 디에고 코스타, 알바로 모라타, 비톨로, 니콜라 칼리니치 등 그리즈만의 파트너 공격수들이 모두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유벤투스는 달랐다. 이탈리아 세리에A 24경기 동안 52골을 퍼부었던 날카로운 창끝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난여름 합류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호날두는 리그 모든 경기에 출전해 19골을 기록했을뿐더러 아틀레티코를 상대로도 29경기에 나서 22골을 터뜨리는 등 강한 면모를 보였다.
예상대로 아틀레티코의 공격수들은 이날도 잠잠했다. 하지만 센터백들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승리를 가져왔다. 후반 32분, 호세 히메네스가 문전 혼전 상황에서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코너킥으로 높게 올라온 볼을 모라타가 헤더로 잡아내며 띄웠고, 이 볼은 유벤투스 공격수 마리오 만주키치에게 향했다. 만주키치에게 맞은 공은 또다시 유벤투스 수비수 레오나르도 보누치에게 전해졌고, 보누치가 쓰러지면서 걷어낸 볼은 뜻하지 않게 히메네스에게 향했다. 히메네스는 이를 침착하게 낮게 깔아 차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두 번째 골도 세트피스였다. 그리즈만이 후반 38분 날린 절묘한 프리킥을 호날두가 끊어내려다 리바운드 돼 침투해있던 디에고 고딘에게 향했다. 고딘은 이를 어려운 각도에서 마무리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예상치 못한 세트피스 두 골이 연속으로 터져 나온 순간이었다.
이들의 활약은 득점뿐만이 아니었다. 수비수의 본분에도 충실했다. 상대 중원을 무력화시킨 조직적인 수비 역시 환상적이었다. 그야말로 난공불락이었다. 전방에서 고립된 호날두는 볼을 거의 받지 못하자 빌드업을 위해 점차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막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이 후반 중반 사용한 교체카드는 모두 3장. 사용했던 카드는 모두 중원 자원에 있었다. 파울로 디발라, 미랄렘 퍄니치, 블레이즈 마투이디가 그들이다. 유벤투스가 얼마나 허리 싸움에서 힘든 경기를 펼쳤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즈만까지 중원 싸움에 가세하며 수적 우위를 점한 아틀레티코의 전술적 승리였다. 이는 고딘과 히메네스가 지켰던 튼튼한 후방 수비 덕에 가능했다. 통곡의 ‘벽’이 통곡의 ‘창’이 된 셈이다.
8강 진출을 낙관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고딘은 경기가 끝난 후 주장 자격으로 참가한 공식 기자회견에서 “오늘 경기는 세부적인 기록이 말해주듯 긴장감이 엄청났다. 모두 세트피스에서 골이 터졌다. 그러나 우리에겐 여전히 90분이 남아있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아틀레티코는 2차전 원정경기에서 한 점 차로 패해도 8강 진출에 성공한다. 최종 승자는 오는 3월 13일 유벤투스 홈에서 치러지는 16강 2차전에서 가려진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