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들이 인종차별 논란으로 잇따라 구설에 오른 가운데, 이번에는 영국 명품 버버리가 후드 티셔츠의 목에 ‘자살’ ‘교수형’을 연상케 하는 올가미 모양의 매듭 장식을 사용해 비난을 받고 있다.
버버리는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9 가을/겨울 컬렉션 패션쇼에서 밧줄 매듭이 달린 후드 티셔츠를 선보였다. 이날 같은 무대에 섰던 모델 리즈 케네디는 SNS를 통해 밧줄 매듭의 후드 끈이 교수형과 자살을 연상시킨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케네디는 “자살은 패션이 아니다”며 “버버리와 리카르도 티시(버버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어떻게 목을 매다는 올가미를 닮은 끈을 목에 걸고 런웨이를 걷게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버버리처럼 성공한 대형 고급의류업체가 이런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나는 그것을 보자마자 큰 충격을 받았다. 마치 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자살을 한 아픈 경험이 있고 그때 그 장소로 돌아가서 다시 같은 경험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케네디는 “백스테이지에서 버버리 관계자들에게 이 문제를 항의했지만 ‘그건 패션일 뿐. 혼자만 생각하고 말하지 말라’는 답변을 들었다”고도 전했다.
케네디의 글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버버리는 전 세계적인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버버리의 CEO 마르코 고베티는 19일 성명을 내고 공식으로 사과했다. 마르코는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며 “앞으로 나올 추동복 패션 제품에서 해당 장식을 모두 제거했고, 사진과 모든 이미지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버버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 역시 “항해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이지만 둔감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사과했다.
최근 버버리처럼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구찌는 최근 흑인 얼굴을 형상화한 스웨터를 출시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해당 제품은 눈 아래까지 올라오는 검정 스웨터로, 입 주변에 구멍을 내고 붉은 입술 모양을 그려 넣었다. 검정 피부에 두꺼운 입술은 수백 년간 서양에서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 이미지로 각인돼왔다. 논란이 거세지자 구찌는 결국 사과 성명을 내고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구찌는 “이번 논란을 학습의 순간으로 만들겠다”며 인종차별적 요소가 들어간 디자인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 역시 지난달 원숭이를 닮은 검은 얼굴에 두꺼운 입술이 그려져 있는 액세서리를 출시해 논란이 됐다. 프라다는 해당 제품을 전량회수하고 판매를 중단했다.
강문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