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입은 일본인 교장 사진 아직도…충남도교육청 일재 잔재 청산한다

입력 2019-02-20 15:53
충남 지역 한 학교 복도에 전시된 일본인 교장의 사진. 충남도교육청 제공

충남도교육청이 충남 지역 학교에 걸린 일본인 교장의 사진을 모두 떼어내 역사교육 자료로 활용하는 등 학교 내 일제 잔재 청산 작업에 본격 나선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20일 오전 도교육청에서 ‘학교 일제 잔재 청산을 통한 새로운 학교문화 운동’을 발표했다.

충남지역 일부 학교에는 현재 일본인 교장 사진이 게시돼 있거나 친일 음악가가 제작한 교가 등이 여전히 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도교육청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도내 713개교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공개된 장소에 일본인 학교장의 사진을 게시 중인 학교는 29개교, 친일경력자들이 작사·작곡한 교가가 있는 학교는 31개교, 학생 생활규정에 일제 강점기 징계규정을 그대로 두고 있는 학교가 80여개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일제 강점기 일본인 교장 사진은 초등학교 23개교, 중학교 1개교, 고등학교 5개교의 중앙현관·계단벽면·복도 등에 전시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부 사진은 일본도를 들고 있거나 군복을 입고 있는 등 일본 제국주의의 색체가 그대로 드러날 뿐 아니라 재직기간이 해방이후인 1945년 10월인 학교장의 사진도 있었다. 현재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일선학교에서는 내달 개학 이전에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이 도내 일부 학교에 게시된 일본인 교장의 사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 제공

교가의 경우 김동진(3곡), 김성태(11곡), 이흥렬(6곡), 현제명(3곡) 등 친일경력자들이 총 23개교의 교가를 작곡했다. 또 ‘지원병을 보내며’ ‘고향의 봄’을 작사한 이원수 등 또 다른 친일경력자 7명이 8개교의 교가를 작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작곡을 기록한 김성태는 경성후생실내악단에 참여해 ‘대일본의 노래’를 지휘했으며, 현제명은 1938년 친일 전향 성명을 발표하고 ‘후지산을 바라보며’를 작곡한 바 있다.

도교육청은 이들 교가를 학교 구성원들이 수정·존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권고하고, 그 내용을 역사교육자료로 활용하도록 조치했다.

이밖에 광주학생운동 당시 징계 조항으로 쓰였던 ‘백지동맹’이나 ‘동맹휴학’ 등의 용어를 아직도 학생생활규정에 쓰고 있는 학교도 80여 곳에 이르렀다.

또 교훈이 덕목 중심인 학교 중 일부는 일제의 식민지배 이데올로기에 순종하는 내용이 담긴 경우도 있었으며, 일부 여학교는 순결·진선미 등의 교훈도 있었다.

김지철 도교육감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한 학생생활규정은 학교 구성원의 논의를 거쳐 즉각 수정하고, 교훈은 미래지향적인 내용으로 변경할 것을 권고했다”며 “오늘 발표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오는 26일 독립기념관에서 ‘학교 친일잔재 청산을 통한 새로운 학교문화 운동 토론회’를 열고 올바른 역사교육 방향에 대해 뜻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도내 한 학교에 게시된 일본인 교장의 사진들. 충남도교육청 제공

홍성=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