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자유한국당발(發) ‘5·18 망언’ 파문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5·18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광주지역 원로들에게 “상처받은 5.18 영령들과 희생자, 광주 시민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위로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20일 낮 12시부터 70분간 청와대 본관에서 5·18 민주화 운동 유공자와 관련 단체장, 광주 시민사회 원로 등 10여명을 만나 “5·18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일부 망언이 계속된 데 대해 저 또한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의 5·18 폄훼 행위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5·18은 국가의 공권력이 시민의 생명을 유린한 사건이다. 광주시민들은 그에 굴하지 않고 희생 속에서도 맞섰고, 이는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기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 위대한 역사와 숭고한 희생을 기리며 완전한 민주주의를 이뤄야 한다. 진상규명은 끝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약속과 함께 5·18 역사 폄훼 시도에 대해서는 저도 함께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한국당이 추천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위원 3명 가운데 2명을 ‘자격 미달’을 이유로 임명을 거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선 “색깔론과 지역주의로 편을 가르고 혐오를 불러일으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는 국민께서 단호히 거부해 달라”며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왜곡하는 것은 민주화 역사와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5·18 유공자 앞에서 한국당 일부의 망언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유공자들은 한국당의 5·18 망언에 대해 “울분을 금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경린 전 광주YWCA 사무총장은 “너무 마음이 아프고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김후식 5·18 광주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회장은 “우리는 괴물집단도 아니고, 세금을 축내고 있지도 않다”며 “대통령께서 2명의 위원에 대해 재추천을 요청한 것은 적절하고 의미 있는 조치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 마무리 발언에서 “한국은 세계 11위 경제대국이다. 제국주의 시대 때부터 국력을 키워온 나라 말고 우리 같은 경제적 위상을 갖춘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던 시기에 한국은 촛불혁명을 통해 오히려 민주주의의 희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외교의 중심에 한국이 있고, 국민들도 이에 대한 깊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 운동을 전 국민이 기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5·18이 광주의 지역적인 사건, 지역적인 기념 대상, 광주만의 자부심이 아니라 전국민의 자부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지역 원로들에게 “5·18이 4·19 혁명이나 6월 민주항쟁처럼 전국적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운동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시민운동 세력들과 함께 연대를 많이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