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IS 신부’ 시민권 박탈…아이 덕에 귀국할까

입력 2019-02-20 10:45
이슬람국가(IS)에 합류했던 영국 소녀 샤미마 베굼(가운데)이 2015년 2월 영국 개트윅 공항에서 터키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다. 양 옆에는 그와 함께 IS에 합류한 같은 학교 친구들의 모습. AP뉴시스


영국 정부가 15세의 나이로 이슬람국가(IS)에 합류했다가 최근 귀국을 선언한 영국 소녀 샤미마 베굼의 시민권을 결국 박탈하기로 했다. 베굼은 영국인들이 자신에게 동정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하면서도 IS에 합류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베굼의 가족 변호사는 19일(현지시간) “영국 내무부가 시민권을 박탈하겠다고 통보해와 가족들이 무척 실망했다”며 “결정을 바꾸기 위한 모든 가능한 법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영국 내무부는 베굼의 가족들에게 시민권 박탈 결정을 내린 후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베굼이 영국과 방글라데시 이중 국적자이기 때문에 시민권 박탈이 가능했다고 영국 스카이 뉴스가 지적했다.

런던에 살던 베굼은 2015년 같은 학교 여학생 2명과 함께 시리아로 건너가 IS에 합류했다. 그는 시리아에서 네덜란드 출신 IS 조직원과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으나 질병과 영양실조로 모두 잃었다.

베굼은 이달 초 세 번째 아이를 임신한 몸으로 시리아 동부의 마지막 IS 거점 바구즈 마을을 탈출했다. 남편은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굼은 지난 14일 시리아 북동부 난민 캠프에서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아이를 위해 영국에 돌아가고 싶다”면서도 “IS에 합류한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반응은 싸늘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부 장관은 “테러리스트 단체를 지지하기 위해 해외로 나갔던 사람이 영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막는 일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베굼이 시민권을 되찾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베굼은 시민권을 박탈당하기 전인 16일 세 번째 아이를 출산했다. 영국 이민법상 이 아이 국적은 영국이다. 베굼은 이 아이를 통해 시민권을 되찾거나 일시적으로나마 영국에 머무를 수 있다고 영국 일간 미러는 지적했다.

영국 의회에 따르면 영국에서만 900여명이 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로 떠났다. 이 중 20%는 시리아와 이라크 일대에서 목숨을 잃었다. 생존자 중 절반가량은 이미 영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