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동네 주민들과 친인척들에게 수억 원을 빌린 뒤 해외로 이주한 래퍼 마이크로닷(이하 마닷) 부모가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면서 밝힌 심경이 방송을 통해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19일 방송된 SBS ‘본격 연예 한밤’에서는 마닷 부모의 사기 피해자의 인터뷰와 마닷 근황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마닷 부모에게 5000만원 상당의 연대보증을 섰다가 빚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한 피해자는 ‘본격 연예 한밤’에 “지난달 1월9일 국제전화가 왔다. 재호 아빠더라”며 “21년 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멍하더라. 말도 안 나오고 가슴이 먹먹했다”고 운을 뗐다.
“그날 4시간 동안 통화를 했다. 본인이 아이들만 생각하면 죽고 싶다고 하더라. 자식 앞길 막았으니...”라고 한 이 피해자는 “나 역시 자식이 나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당신은 용서할 수 없다. 그러나 재호를 위해서 합의해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피해자는 원금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에 합의했으며 더 이상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 불원서에도 동의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울러 이 피해자는 마닷 부모가 곧 귀국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곧 한국에 들어온다고 하더라. 경찰서에 가서 혐의 조사받고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하더라”고 한 피해자는 귀국 시점에 대해 “아주 가까운 시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합의를 거부한 피해자도 있었다. 이들 역시 마닷 부모와 통화한 상황이었다. 한 피해자는 “미안하다고 하는 데 필요 없다고 했다”며 “20년 인생 돌려주면 용서해준다고 했다”며 분노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자기 자식을 위해 합의해야 한다고 허더라”며 “반대로 생각해 우리 자식들도 하고 싶은 것 못하고 살았다. 우리 자식이 부모 잘못 만나 고생한 것처럼 그들 또한 마찬가지”라며 지적했다. 이 피해자는 “마닷 부모가 1억4000만원, 마닷이 1억5000만원 가졌다더라”면서 “원금이라도 먼저 받는 사람이 유리하다는 걸 강조했다. 원금 합의밖에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신중권 변호사는 “공소시효 관점으로 봤을 때 도피 목적으로 해외에 갔을 때 시효가 정지되기 때문에 형사처벌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태”라며 “민사소송의 경우는 손해배상 청구는 불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마닷의 아버지 신모씨는 충북 제천시 송학면에서 젖소 농장을 운영하면서 축협에서 수천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지인들에게 연대보증을 부탁했고 친인척과 지인 10여 명에겐 돈을 빌렸다. 그러나 1998년 원유 대금을 제때 못 받고 사료비도 상승하면서 부채가 늘자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
이후 신씨 부부에게 정부 지원금 연대 보증을 서 줬던 지인들은 최소 몇 백만 원에서 최대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빚을 떠안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마닷 부모가 방송에 나오자 피해자의 자녀들이 이런 사실을 폭로하면서 ‘빚투’ 논란이 확산됐다. 마닷과 그의 형 산체스는 현재 잠적한 상태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