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가운데 여성가족부가 1인 가구 중 30~40대 남성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청취했다. 일각에서는 30~40대 남성 1인 가구와 60대 이상 여성 1인 가구를 비교했을 때 건강·경제력 모두 혼자 사는 여성 노년층이 더 취약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14일 도봉구 은혜공동체주택에서 혼자 사는 30~40대 남성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배우 이상윤(38)씨를 비롯한 남성 8명이 참석해 혼자 사는 남성의 고충을 토로하고 정책 지원을 요청했다.
김동진(41)씨는 1인 가구가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1인 가구들이 참여할만한 행사나 모임 등 소통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진우(31)씨는 “특히 몸이 아플 때가 힘들다. 사회망을 구축해 동네 친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혼 후 1인 가구가 된 배사무엘(40)씨 역시 “독거남은 근본적 외로움에 어려워하고 있다”며 “남녀가 만날 수 있는 건전한 자리가 확보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경제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김명철(38)씨는 “고시원 한 평당 관리비가 타워팰리스보다 높다고 한다”며 “1인 가구는 대책 없이 내몰리는 상황이 많은데 주택 부담을 덜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진선미 장관은 “1인 가구 비중이 30%에 육박하는데 가족 정책은 4인 가구 중심”이라며 “사회가 빠르게 변하는데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한 사람이라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정부 입장이니 지속해서 의견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1인 가구 중 여성 비율 더 높아… 3040 남성보다 60↑ 여성이 더 취약
1인 가구 비중은 급격히 늘고 있다. 2017년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4분의 1(28.6%·562만 가구)이 넘는다. 1인 가구를 하나의 가족 형태로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자 여성가족부는 지원 정책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1월 건강가정기본법이 개정돼 1인 가구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상태다.
여성가족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겠다며 30~40대 남성 1인 가구와 만났다. 진선미 장관은 “남성 1인 가구 중 높은 비율로 차지하고 있는 30~40대는 상대적으로 이혼 등으로 인한 자존감 상실 등의 우려가 높으므로 이들이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쏟겠다”고 말했다. 남성 1인 가구만 놓고 봤을때 30대(22.2%)가 가장 많았고 40대(19.5%)가 뒤를 이었다.
그러자 30~40대 남성보다 취약한 계층이 있는데 우선순위가 틀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고 있다.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가족부는 남성 중심 1인 가구 지원 대책에 대해 사과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여성 1인 가구는 남성 1인 가구보다 많다. 이 중 30~40대 남성 1인 가구보다 60~70대 여성 1인 가구가 더 많다. 경제활동과 신체적인 안전에 있어서 60~70대가 훨씬 취약한 것은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7년 1인 가구 중 남성은 49.7%, 여성은 50.3%였다. 여성 1인 가구 수가 더 많다. 나이대로 세분화 해보면 30~40대 남성 1인 가구는 41.7%이고 60대 이상 여성 1인 가구 44.6%다. 혼자 사는 60대 이상 여성이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혼자 사는 60대 이상 여성의 경우 대부분 돈을 벌지 않고 살림만 해오다 사별 등으로 혼자가 된 경우가 많다.
이혼은 혼자 하나? “남성이 혼자가 됐다면, 육아는 여성 몫일 것”
진선미 장관의 발언도 뭇매를 맞고 있다. 그가 말한 ‘이혼으로 인한 남성의 자존감 상실 우려’ 부분이 문제가 됐다.
이혼은 부부였던 남성과 여성이 합의해 이뤄진다. 부부가 헤어지면 혼자가 된 남성과 혼자가 된 여성이 생긴다. 비단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문제는 아이가 있는 부부다. 남성이 이혼 후 혼자가 됐다면 육아는 여성이 짊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통적 성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한국사회에서 육아는 여성이 맡는 경우가 대다수다. 따라서 이혼 후 양육을 혼자 짊어진 여성의 문제를 더 먼저 살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여성가족부는 “앞으로 여성과 노년층 1인 가구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남성 1인 가구 면담은 일정상의 이유로 먼저 진행했을 뿐 남성을 우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